‘선별 지원’ 기준 없앤 ‘광주형 돌봄’…5개월 만에 사각지대 6000명 발굴·지원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초등학생 A군은 최근 아버지가 급성 알코올중독으로 입원하면서 혼자 살게 됐다. 친척들과는 관계가 끊긴 지 오래돼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었다. A군은 아버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존 재가 돌봄서비스 대상도 아니다. 유일한 선택지는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이었지만 A군은 친구들과 떨어져 지내야해 이를 거부했다.
학교 측으로부터 사정을 듣게 된 광주광역시는 긴급지원을 통해 A군에게 청소와 빨래 등 가사와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아버지가 퇴원 하더라도 A군을 보살필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의사 소견에 따라 당분간 가사와 식사를 계속 지원하고, 아버지에게도 상담 치료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전국 처음으로 지난 4월부터 추진 중인 ‘광주다움 통합돌봄(광주형 돌봄)’이 시행 5개월만에 6983건 돌봄 요청이 접수됐으며, 이 중 6020명에게 도움을 줬다고 7일 밝혔다.
광주형 돌봄이 입소문을 타면서 신청자도 계속 늘고 있다. 광주시는 애초 올해 총 6000명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그만큼 돌봄 사각지대 있었던 시민이 많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광주형 돌봄은 질병과 생활고 등을 견디다 못해 생을 마감한 ‘수원 세 모녀의 사건’을 계기로 광주시가 추진한 사업이다. 기존 돌봄은 나이와 소득·재산을 기준으로 선별적 지원되고 직접 신청해야 하는 반면 광주형 돌봄은 이런 ‘선별·신청주의’를 없앤 것이 특징이다.
시민 누구나 질병·사고·장애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경우 가사와 식사, 병원 동행, 방문 진료, 대청소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고령 노인이나 장애인, 은둔·고립 1인 가구 등은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각 동(97개)에 배치된 사례관리자 362명이 의무 방문을 한다. 편리한 서비스를 위해 ‘돌봄콜’을 신설하고, 전산시스템도 따로 마련했다.
서비스 대상은 돌봄의 필요 정도에 따라 결정한다. 중위소득 85% 이하 소득자는 1인당 연간 150만원 한도에서, 초과자는 전액 본인 부담으로 이용할 수 있다. 광주시는 이 사업을 위해 올해 102억원을 투입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광주형 돌봄을 주목하고 있다. 벤치마킹을 위해 부산과 대전, 제주, 수원 등에서 광주시를 방문했다. 학계에서도 관심을 보인다. 사회복지학회와 자활학회, 한국정치사상학회 등은 최근 학술대회를 열어 “광주형 돌봄이 ‘국가적 공공 돌봄화’를 이룰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돌봄민주국가>의 저자인 김희강 고려대 교수는 “돌봄을 받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더 많은 불평등과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돌봄 책임을 공공이 분담하는 ‘돌봄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광주형 돌봄은 돌봄 민주화에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라고 덧붙였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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