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어깨 관절, 나무에서 ‘안전 하강’ 위해 진화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연구진은 "몸집이 커진 초기 인류와 유인원이 중력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유연한 어깨와 팔꿈치 관절이 필요했을 것이고 특히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고 내려오기 위해서 필요했을 것이다. 초기 인류가 숲에서 초원으로 서식지를 옮겼을 때도 유연한 팔다리는 먹이를 찾고, 사냥하고, 방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인원·원숭이의 어깨 관절 비교해보니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각도 차이 커
높은 곳에 올라가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데에 더 많은 주의와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수백만년 전부터 먹이를 얻고,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나무에 올랐던 초기 인류와 유인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인간과 유인원의 어깨 관절이 나무를 내려오기 위해서 유연하게 진화해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다트머스대학 제러미 드실바 박사와 연구진이 침팬지와 검댕망가베이(긴꼬리원숭잇과 동물)의 어깨와 팔꿈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초기 인류와 유인원의 유연한 어깨는 나무에서 안전하게 내려오기 위해서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6일(현지시각) 과학저널 ‘왕립학회 공개과학’에 밝혔다.
인간, 침팬지 등 유인원의 어깨와 팔꿈치, 손목 관절은 원숭이보다 더 넓은 가동범위를 보인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이런 차이가 원숭이보다 몸집이 큰 유인원들이 나무를 오를 때 떨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진화했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원숭이와 유인원이 나무에 오를 때의 관절 각도를 비교하면 별 차이가 없어서 이 가설은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평가 받았다.
다트머스 대학 연구진은 오르는 것이 아니라 내려오는 것에 집중했다. 이들은 관절 유연성의 차이가 오르는 동작보다 내려오는 동작과 더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몸집이 커진 초기 인류와 유인원이 중력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유연한 어깨와 팔꿈치 관절이 필요했을 것이고 특히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고 내려오기 위해서 필요했을 것이다. 초기 인류가 숲에서 초원으로 서식지를 옮겼을 때도 유연한 팔다리는 먹이를 찾고, 사냥하고, 방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우간다 키발레 국립공원에 사는 침팬지 무리를 3주간 촬영했고, 코트디부아르 타에 국립공원의 검댕망가베이도 두 달간 관찰했다. 그런 뒤 스포츠 분석 및 통계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나무를 오를 때와 내려올 때의 각도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두 종 모두 나무에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어깨와 팔꿈치의 각도가 컸다. 그런데 그 차이는 침팬지 쪽이 눈에 띄게 더 컸다. 침팬지가 나무에 오를 때는 내려올 때보다 어깨 관절 각도가 14도 커졌고, 팔꿈치 관절의 최대 확장 각도는 34도로 커졌다. 한편 검댕망가베이 쪽의 차이는 미미했다. 오를 때와 내려올 때의 어깨 각도 차이는 4도, 팔꿈치 확장은 3도에 그쳤다. 또 나무에서 내려올 때 침팬지들은 망가베이보다 어깨는 21도, 팔꿈치는 33도 더 많이 구부렸다. 나무에 오를 때는 침팬지나 검댕망가베이 모두 팔을 몸쪽에 가까이 붙이고 올라갔지만, 내려올 때는 침팬지만 관절 가동 폭을 늘려 팔을 머리 위로 길게 뻗어서 나무를 잡고 내려온 것이다. 연구진이 두 종의 골격 표본을 조사한 결과, 침팬지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같은 초기 인류와 유사한 형태의 어깨, 팔꿈치 관절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진화생물학자 너새니얼 도미니 박사는 이러한 진화가 1500만~2000만년 전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인류가 유연한 관절을 얻게 되며 물건을 던지거나 과일을 모으고, 사다리를 쉽게 오르내릴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탈구의 위험성도 얻게 되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인용 논문: Royal Society Open Science, DOI:10.1098/rsos.230145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해병대 예비역 폭발…“후배 못 지킨 죄책감에 박 대령 모욕까지”
- 이화영 “검찰 압박에 허위진술”…이재명 관련 검찰 조서 부인
- 6m 아래엔 생명이 없다…새만금 어패류 죽이는 ‘데드존’ 확인
- 러시아 드론 파편, 나토 회원국서 발견…확전 우려 높아져
- 중국 이번엔 ‘아이폰 금지령’…삼성·모바일 부품업체 충격파
- 하루에 2년 치 폭우…“단순 기상현상이라 믿는다면 실수다”
- 채 상병 순직 50일 만에…경찰, 해병대1사단 압수수색
- 김밥 맛 알아버린 미국…“전국 품절, 11월까지 못 구해요”
- 경제 ‘정책’이 아니라, ‘주술’이다 [아침햇발]
- 국힘,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시행 2년 유예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