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방울과 기업이 만나는 ‘자본주의 시대의 풍경화’
평면 신작과 영화 3편 전시
코닥의 쇠락 표현한 작품도
“자연 유통하는 솔방울처럼
기업 국가도 취약한 생태계”
갤러리현대는 13년만에 사라 모리스의 개인전 ‘Pinecones and Corporations’를 9월 7일부터 10월 8일까지 연다. 회화 신작과 영화 3편을 선보인다. 작가는 비서사적 시각 언어로 도시 환경, 사회관계망, 유형학, 권력 구조의 메커니즘을 드러내는 작업을 30여 년간 지속해 왔다. 함부르크 다이히토어할렌을 시작으로 전 독일을 순회하는 회고전 ‘All Systems Fail’로 유럽에서 각광받는 스타 작가다.
개막일인 7일 만난 작가는 전시 제목 ‘솔방울과 기업’의 의미를 “기업은 현대인의 서식지다. 솔방울도 주변에 늘 있는 존재다.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유통 생산 소비를 가능케한다는 점에서 연결고리가 있다”면서 “각종 자연의 상징물을 기업이 차용해 로고로 만든다. 우리와 기업은 이분법적 대칭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작품 제목은 직관적이다. 1층에 걸린 ‘솔방울’ 연작과 ‘궁전’ ‘자몽’ 등은 추상화된 이미지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려주지만, 이미지만으로는 추측하기 어렵다. 브라질 건축가 오스카 니마이어가 만든 건축물을 추상화한 ‘궁전’ ‘프란세스’ 등을 만날 수 있고, 아침식사로 매일 먹는 ‘자몽’도 조형적으로 다시 태어난다.
컴퓨터 그래픽처럼 매끄러운 이미지는 테이프로 형태를 잡고 물감을 손으로 칠해 층층이 쌓아올리는 매우 더딘 작업 방식으로 제작된다. 마지막에야 최종 형태를 알 수 있어 작가는 “껍질을 벗겨봐야 비로소 보인다”고 말했다.
작가는 “뉴욕에서 팬데믹을 겪으며 유기물(Organic)이 무엇인가 고민했다. 도시 건축도 유기적 형태를 가진 것 같았다. 자연 뿐 아니라 마천루 같은 도시의 풍경을 소재로 삼게된 이유다”라고 말했다.
작가는 “2021년 미국 의회 폭동을 보며 권력은 유동적이며 영원하지 않다는 걸 자각했다. 솔방울을 통해 유통되는 자연도 끈임없이 변하는 생태계다”라고 연결고리를 설명했다.
작가의 진면목은 영화에서 더 도드라진다. 1998년 이후 뉴욕, 아부다비 등의 대도시나 장소, 특정 사건이나 인물을 카메라에 담은 영화를 총 15편 제작했다. 모리스의 영화는 스토리텔링 방식의 배열이 아닌 다층적이고 파편화된 도시의 이미지와 일상을 수집해 보여준다.
출품된 50분 분량의 ‘사쿠라’는 일본의 물감공장과 무표정한 거리의 시민들, 흐드러지는 벚꽃 등을 비춘다. 작가는 “회화와 영화는 내게 왼손과 오른손과 같다. 회화는 아주 느리고 매우 체계적인 작업이다. 반면 영화는 천천히 기획하지만 아주 빠르게 촬영한다. 두 작업은 동일한 무게이며, 매우 흥미로운 두 작업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평론을 쓴 미국 비평가 윌리엄 J 시몬스는 “풍경화는 현재의 순간에 존재하고 있음을 주장한다. 비록 이상화된 형태일지라도 어떤 주어진 순간에 이 세상의 모습이 어떠한가를 우리에게 보여주려 한다”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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