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갑질 약관` 손본다

최상현 2023. 9. 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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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같은 은행의 불공정 약관 129개를 적발하고,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시정 요청을 통해 불공정 약관 다수가 시정될 것"이라며 "소비자와 중소기업 등 금융거래 고객들이 불공정 약관으로 받는 피해가 예방되고 은행의 책임은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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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피해·이의제기 차단 등
공정위 129개 불공정 시정요청
서울시내 저축은행. [사진=연합뉴스]

'은행은 서비스의 변경, 중지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A은행 인증 서비스 이용 약관)

'기재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은행이 대출승인을 취소하거나 대출을 회수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니다.' (B은행 비대면채널 대출상품 서비스 이용약관)

'서비스의 내용은 금융회사 등과 저축은행의 사정, 관련 법령, 정부부처의 가이드라인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A저축은행의 개인회원용 체크카드 회원약관 중)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같은 은행의 불공정 약관 129개를 적발하고,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 지난해 제·개정된 은행과 상호저축은행의 약관 1391개를 심사한 결과다. 새로 만들어진 약관 10개 중 1개가 불공정 약관이었다는 얘기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시정 요청받은 약관을 변경하도록 은행들에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불공정 유형으로는 은행이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중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게 해 고객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하고, 피해를 줄 수 있는 약관이 문제로 꼽혔다. '기타 앱 등을 통해 안내하는 사항'과 같이 계약 당시에 고객이 예측할 수 없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사유로 은행이 서비스를 제한할 수 있게 한 경우도 있었다. '이용 수수료 연체 시 별도 통보 없이 해당 서비스를 중지시킬 수 있다'는 등 고객에게 아예 시정 기회를 주지 않는 약관도 있었다.

또 최근 늘어난 비대면·온라인·모바일 방식의 은행거래 서비스에서 은행 책임을 회피하는 약관도 다수 발견됐다.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전산 시스템이나 인터넷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에도 은행의 경과실 책임을 면제하고, 손해는 고객이 부담하도록 정한 약관 등이다.

고객의 이의제기권을 원천 차단하는 조항과 고객의 예금을 은행이 마음대로 채무변제에 충당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 등 이외에도 고객에게 불리한 약관이 다수 발견됐다. 고객의 신용정보를 개별 동의없이 활용하거나 자의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있었다. '약관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은 은행내규를 적용한다'는 조항도 있었는데, 고객 입장에선 은행내규를 알 방법이 없어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시정 요청을 통해 불공정 약관 다수가 시정될 것"이라며 "소비자와 중소기업 등 금융거래 고객들이 불공정 약관으로 받는 피해가 예방되고 은행의 책임은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이번 시정 요청은 지난 2일 공정위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금융·통신 분야의 경쟁촉진 방안'을 보고한 이후 이어진 후속조치다.

공정위는 은행과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 금융투자 등에서 총 3696개 약관을 심사하고 있는데, 이번 시정 요청은 먼저 심사가 완료된 내용들을 신속히 고치겠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공정위는 여신전문금융 약관은 올해 10월까지, 금융투자 약관은 12월까지 심사를 완료하고 즉시 금융당국에 불공정 약관 시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최상현기자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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