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현금 줄고 투자 늘고"…차입금 22% 증가

이인준 기자 2023. 9. 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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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비금융 계열, 상반기 2643억 영업손실
업황 둔화에도 반도체·배터리에 35조원 투자
상반기 차입금 의존도 37%…금융비용도 증가
SK그룹 "재무 안정성 강화 추진 중"
[서울=뉴시스]SK서린사옥.(사진=SK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SK그룹의 재무 부담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 반도체 업황 둔화로 SK하이닉스의 적자폭이 커진 가운데, 신규 사업을 위한 대규모 투자로 그룹 전반의 부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7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SK그룹의 비금융 계열사 21곳은 올 상반기 합산 실적으로 매출 84조4290억원, 영업손실 2643억원을 올렸다.

매출액은 지난해 상반기 96조6400억원 대비 12.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5조750억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단적으로 SK하이닉스가 올 상반기 6조2840억원 적자를 올린 것을 비롯해 SK바이오사이언스(650억원 적자), SK바이오팜(420억원 적자), SKC(590억원 적자) 등 6개 계열사가 영업손실을 보였다.

SK그룹 전체 영업손실률은 올 상반기 3.1%로, 지난 1분기(1.8%)보다 더 커지며 경기 침체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현금 줄고, 투자는 더 늘고"…차입금 확대 기조

SK그룹의 차입금도 갈수록 늘고 있다. SK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신규 투자 부담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SK그룹의 올 상반기 총차입금 규모는 116조154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95조1500억원 대비 22.1% 증가했다.

특히 실적 악화로 현금이 줄면서, 순차입금(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것)도 지난 2017년 22조원에서 올 상반기 말 85조4650억원으로 4배 가량 늘었다. 이 같은 순차입금의 75%는 반도체와 정유·화학 부문에서 나온 것이다.

SK그룹은 '업황 둔화'와 '부채 증가'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SK그룹의 합산 설비투자(CAPEX)는 지난해 35조원으로 최근 3년(2018~2021년) 평균인 20조원 대비 더 확대됐다.

현재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설비투자를 50% 감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유∙화학 및 에너지부문 다른 계열사들을 중심으로는 대규모 투자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으로 정유·화학 분야 수익성 둔화를 돌파하려면 신사업에 적극적인 투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로 금융 비용이 늘고, 수익성은 둔화하는 모양새다.

SK그룹의 올 상반기 말 기준 차입금 의존도는 37%에 달한다. 차입금 의존도란 총자본 중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 비중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30%를 넘으면 금융비용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재무부담 지속 증가 전망…“재무정책 전환 필요할 수도”

한신평은 SK그룹이 주력 사업에서 상위권 시장 지위와 안정된 사업기반을 바탕으로 우수한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어, 장기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늘어난 자금 소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 앞으로 차입금이 계속 증가하며 그룹 재무구조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구조다.

SK그룹은 지난 2022년 향후 5개년 투자 계획으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에 247조원(국내 179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이 돈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자금 조달을 꾸준히 늘렸다. 이 과정에서 기업 공개, 비핵심자산 매각,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체 자금 확보 노력도 계속해왔다.

이렇게 부채가 늘어나는 반면 주요 투자처인 정유·화학·반도체 실적은 악화돼 앞으로 자금 흐름도 주목된다.

이미 SK그룹의 총차입금상환계수(EBITDA 대비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2.6배를 기록했다. 이는 한 해 동안 벌어들인 현금으로 빌린 돈을 갚는데 2.6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SK그룹의 이 계수는 2018년 1.1배이었는데 더 커진 것이다.

장수명 한신평 수석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및 배터리 사업의 실적 개선 지연으로 영업현금 창출이 부진한 가운데 SK그룹 전반의 재무융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확장 성향의 투자 정책을 재검토하거나 적극적인 재무구조 개선 방안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K그룹 관계자는 "SK그룹은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안정적 사업구조 및 재무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재무 안정성 강화를 위해 차입금 감축 및 유동성 확보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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