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법원, ‘낙태죄 위헌’ 결정…“‘임신중단 제한’ 미국과 대조적”
멕시코에서 1931년부터 이어져온 ‘낙태죄’가 100여년 만에 위헌 결정을 받았다.
멕시코 매체 엘우니베르살 등에 따르면, 멕시코 연방대법원은 6일(현지시간) 임신중단을 처벌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대법원은 “임신중단을 처벌하도록 한 법률은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며 젠더 기반의 폭력과 차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그동안 임신중단을 범죄로 규정한 연방 형법은 폐지되고, 전국 모든 연방 의료기관에서 임신중단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멕시코에서는 전체 32개 주 중 20곳에서 임신중단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재생산권 여성단체 ‘히레’(GIRE)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그간 임신중단을 처벌하는 법안을 무효화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해왔다.
그동안 개별 주 차원에서 낙태죄 법안에 대한 위헌 결정은 있었지만, 연방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멕시코 대법원은 앞서 2021년 처음으로 북부 코아우일라주에서 임신중단을 처벌하는 법률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멕시코에서 ‘역사적 선례’로 평가된 이 판결 이후 2년 만에 연방 차원에서 낙태죄가 무효화됐다.
이번 결정이 내려지자 히레의 레베카 라모스 전무이사는 “매우 감동적이고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고, 멕시코 국립여성연구소는 X(옛 트위터)에 “오늘은 멕시코 여성들의 승리와 정의의 날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온라인에서는 이날을 축하하는 여성들의 게시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멕시코의 이번 판결은 지난해 6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면서 임신중단이 더 어려워지고 있는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보수적인 주에서는 최근 임신중단을 더 까다롭게 하는 법안들이 잇따라 통과되고 있다. 현재 미국 50개 주 중 거의 절반이 임신중단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의 유력 언론들은 이웃나라의 이번 판결을 메인 뉴스로 비중있게 다뤘다. 뉴욕타임스(NYT)는 홈페이지 메인 톱뉴스로 멕시코 임신중단 합법화 판결을 보도하며 “미국과 대조적”이라고 전했고, AP통신 역시 “미국 일부 지역에서 임신중단에 대한 제한이 강화되는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서 ‘임신중단’은 내년 대선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현재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팀 스콧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등 대다수 공화당 후보들이 임신중단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의회에 임신중단권을 법적으로 보장할 것을 촉구해왔다.
미국의 일부 여성들은 임신중단 약을 구하기 위해 멕시코 임신중단권 단체에게 도움을 구하고 있으며, 일부는 멕시코로 원정 수술을 떠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달리 중·남미 전역에서는 최근 임신중단 합법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2020년 임신중단을 합법화했고, 보수적인 사회로 꼽히는 콜롬비아에서도 2022년 합법화됐다. 쿠바, 우루과이, 가이아나 등에서도 임신중단이 이미 합법화됐다. 중·남미 국가는 인구의 다수가 가톨릭 신자이고 보수적 문화가 많이 남아있지만, 지난 수년간 여성단체와 페미니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중대한 사회 변혁을 이끌어내고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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