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안에 폴리스라인?”…김성태 단식 땐 없었는데, 이재명만 특권일까

변문우 기자 2023. 9. 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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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유지선으로 농성장 인근 일부 이동 통제…사무처 “낙상 우려로 보안 강화”
김성태 “단식 농성장에 통제선? 처음 들어…단식에 왜 특권·직위가 필요하나”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정부 단식' 농성장 인근 계단의 '통제선'(질서유지선)을 두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 면회를 온 일반인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을 넘어 일부 국회 직원들도 근무 중 이동에 불편을 호소하면서다. 국회 사무처에선 '낙상 우려'로 보안이 강화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과거 통제선 없이 국회 단식에 나섰던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비롯한 여권은 이 대표만 '특권'을 누리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은 본청 앞 계단에서 국회 사무처 직원과 경찰이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는 모습이다. 왼쪽 사진은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시사저널 변문우

국회 "김성태 단식은 위치 달라 통제 완화"

이 대표의 단식 농성장으로 올라가는 본청 앞 2층 계단 전면에는 질서유지선이 설치돼있다. 이 선을 기준으로 국회 사무처 직원과 경찰들이 일반인들의 계단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질서유지선은 이 대표 단식 2일차인 지난 1일부터 방호과에서 설치했다. 질서유지선은 이 대표의 농성 종료 시까지 유지할 예정이다.

7일 질서유지선을 앞에 두고 일부 지지자들과 국회 사무처 직원 간 실랑이도 있었다. 한 지지자가 "우리도 고충이 많아서 대표님 얼굴 한번 보러 멀리서 왔다. 면담이 안 된다면 그냥 먼발치에서라도 보게 해달라는 건데, 어떻게 계단도 못 올라가게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출입을 통제하던 국회 사무처 직원은 "현재 대표님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서 당직자들로부터 보안을 더 신경써달라는 요청이 내려왔다"고 답했다.

본청을 출입하는 보좌진과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질서유지선을 두고 불만이 나오고 있다. 본관 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국회 당직자는 "기존에 다니던 2층 출입구가 막힌 적도 있어서 1층에 위치한 뒷문 등 다른 통로로 드나들어야 했다"며 "업무상 중간에 이동도 많은데 그때마다 출입증을 제시해야 해서 불편한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이전 정치인들의 단식 사례와 달리 이 대표 단식부터 계단 통제선이 생긴 것은 차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018년 국회 단식으로 '드루킹 특검'을 이끌어냈던 김 전 원내대표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통제선은 제 단식 때도 없었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것"이라며 "저는 오는 사람을 막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도 "이전 국회 단식 때와 달리, 이번부터 갑자기 보안이 강화된 느낌"이라고 의문을 표했다.

실제 김 전 원내대표의 단식 투쟁 당시엔 통제선이 따로 없었다. 해당 단식 투쟁은 본청 계단 아래에서 진행됐던 만큼 낙상사고 우려가 없었다는 게 국회 측 입장이다. 반면 이 대표의 농성은 계단 위에서 진행되고 있고, 최근 각종 '묻지마 범죄'도 만연해진 만큼 보안 강화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 사무처와 민주당 대표실이 합의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전 원내대표 때와 이 대표의 단식 농성장 위치가 달랐기 때문에 당시엔 지금보다 완화된 통제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농성장의 위치는 차량이 진입하는 곳이고, 사람들이 몰릴 경우 낙상 사고의 위험도 있어서 안전 질서 유지 목적으로 조치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도 시사저널에 "대표님 건강이 염려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보안 조치는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일 국회 본청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전면 설치된 안전질서유지선 ⓒ시사저널 변문우

與 "이재명, '방탄' 단식에서도 특권 찾나"

다만 여권에선 여전히 이 대표가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계단 면적이 이렇게 넓은데 낙상 가능성이 있을까. 오히려 낙상 대신 본인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와서 사고 칠 것을 우려한 것 아니냐"며 "자기 지지자들만 만나려는 속내가 너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 회피용 '방탄 단식'에서도 자신의 특권을 찾으려 한다"고 직격했다.

국회 단식 경험자인 김 전 원내대표도 "단식하는 사람이 무슨 권위가 필요하고 무슨 직위가 필요하냐"며 "어차피 본인의 소중한 몸은 상하고 훼손되는 것이고 나를 응원·지지하는 사람이 있으면 시간대별로 받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말 약자가 처절한 단식을 할 때 (이 대표의 사례 때문에) 단식에 대한 평가가 희화화되거나 하면 어떻게 하냐"며 "결국 본인만의 방식으로 한 단식인 만큼 이젠 접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 8월31일부터 이날까지 8일째 '대정부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일본 오염수 방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현안을 놓고 무능하게 대처하고 민생을 외면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 대표가 내건 요구 사항이 불확실한 만큼, 정치권에서도 단식 종료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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