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수비수 최초… 김민재, ‘발롱도르’ 후보 등극

그라운드를 밟는 곳이 어디든 전 세계 축구 선수들은 누구나 ‘발롱도르’ 수상을 꿈꾼다. 프랑스 축구 전문지 프랑스풋볼이 주관하는 발롱도르는 한 시즌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수여하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선수들은 이 영광의 트로피를 받는 날을 꿈꾸며 피나는 노력을 한다.

‘괴물’ 김민재(26)가 아시아 수비수 최초로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에 이름을 올리는 새 역사를 썼다. 프랑스풋볼이 7일 발표한 올해 발롱도르 후보 중 올여름 독일 분데스리가 ‘거함’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한 김민재도 포함됐다. 이번 30명 후보 중 아시아 국적도 그가 유일하다.

김민재는 이로써 2002년 벨기에 리그에서 뛰던 설기현, 200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박지성, 2019년과 2022년 손흥민(토트넘) 이후 네 번째로 발롱도르 후보에 오르는 한국 선수가 됐다.

설기현과 박지성은 당시 점수를 얻지는 못했지만 손흥민은 2019년 22위에 올랐고, 2021년엔 EPL 공동 득점왕(23골)에 오른 업적을 높게 평가받아 최종 11위로 아시아 선수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2017년 K리그1 전북 현대에서 프로 데뷔한 김민재는 베이징 궈안(중국)을 거쳐 2021년 페네르바체(튀르키예)를 통해 유럽 무대를 밟았다. ‘철벽 수비’를 자랑한 그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로 옮겨 33년 만의 리그 우승에 앞장섰다. 특히 ‘빗장 수비’ 이탈리아에서 최우수 수비수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수비수로 거듭났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이적료(약 715억원)로 바이에른 뮌헨으로 둥지를 옮겼다. 거침없이 자신의 커리어를 쌓은 김민재는 유럽 진출 2년 만에 발롱도르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내친 김에 손흥민이 세운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 순위를 뛰어넘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민재가 어깨를 나란히 한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이번 발롱도르 후보 명단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아르헨티나),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노르웨이),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잉글랜드),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프랑스) 등이 이름을 올렸다. 수비수는 김민재를 포함 후벵 디아스(맨체스터 시티·포르투갈), 요슈코 그바르디올(맨시티∙크로아티아)까지 단 3명뿐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발롱도르를 수상한 수비수는 2006년 파비오 칸나바로(이탈리아)다.

다만 영예의 수상자는 메시와 홀란의 ‘2파전’으로 예상된다.

유력한 건 ‘역대 최고의 선수(GOAT, Greatest Of All Time)’로 자리 잡은 메시다. 이미 역대 최다인 7번의 발롱도르를 수상한 메시는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7골 3도움으로 아르헨티나에 우승 트로피를 안기며 ‘골든볼(최우수선수)’까지 가져왔다.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지난 시즌 리그 우승을 이룬 뒤 올여름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인터 마이애미로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메시가 만약 발롱도르를 수상할 경우 유럽 밖에서 뛰는 선수가 수상하는 첫 사례가 된다.

홀란은 지난 시즌 맨시티의 유럽 ‘트레블(3관왕)’을 이끈 주역이다. 그는 지난 시즌 EPL 역대 한 시즌 최다 득점인 36골을 기록했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12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하지만 메시가 지난 월드컵에서 보인 ‘라스트 댄스’가 워낙 강력하기에 홀란의 발롱도르 수상은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영광의 발롱도르 수상자는 다음 달 30일 발표될 예정이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