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남편과 바람난 女, 일가족 살해했는데…"내년 출소 가능성"
"나는 비참한데, 너는 왜 행복해"
시기와 질투에 눈이 먼 불륜녀의 살인극이 방송을 통해 재조명됐다. 여성은 반년간 치밀하게 범행을 기획한 끝에 누구의 의심도 안 받고 내연남의 처자식을 살해했다.
다만 완벽해 보인 계획범죄에도 균열은 있었다. 불륜녀의 손에 난 상처였다. 이 상처를 이상하게 본 경찰은 불륜녀의 집을 압수 수색해 범행에 쓰인 도구를 찾아냈다.
지난 6일 방송된 KBS2 '과학수사대 스모킹 건'에서는 2003년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다뤘다.
방송에 따르면 그해 12월29일 저녁 서울 송파경찰서에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신고자인 남성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처자식이 모두 숨져 있다며 절규했다.
경찰은 현장에 출동했으나, 타살로 볼 만한 흔적을 찾진 못했다. 현관문은 잠겨 있었고, 집에서는 외부인의 지문이나 족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빨랫줄에 목을 맨 채 발견된 아내 박모씨의 사체엔 반항흔도 없었다. 결국 경찰은 박씨가 두 자녀를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김진영 검시조사관은 "박씨의 사인은 '목졸림으로 인한 질식사'였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삭흔, 즉 끈이 목 부위를 압박하며 피부에 형성된 흔적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살해당했다면 몸을 바둥거리는 움직임이 있고 목과 끈 사이에 손을 넣어 끈을 빼내려는 시도를 해 반항흔이 생긴다"며 "박씨한테는 반항흔도 없었고 삭흔도 단 하나였다. 그래서 경찰도 단순 자살로 추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먼저 박씨의 가족은 꽤 화목했다. 극단적 선택을 해야 했을 만큼 급박한 사정은 없었다.
또 아이와 동반 자살한 부모는 아이의 사체를 편한 곳에 눕혀놓거나 단정하게 해놓는 경향이 있는데, 두 아이의 사체는 바닥에 방치돼 있었다. 박씨의 손에서 발견된 1.5㎝ 가량의 종잇조각도 의구심을 키웠다.
결국 경찰은 타살로 결론을 뒤집고 박씨의 친구 이모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씨는 매주 서너번씩 박씨의 집에 방문할 만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전 박씨와 마지막으로 만난 목격자도 이씨였다. 남편은 사건 당일 회사에 있던 것으로 확인돼 용의 선상에서 제외됐다.
경찰은 이씨의 손에서 줄을 세게 당겨 생긴 것으로 보이는 상흔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집 화장실을 고치다 난 상처"라고 해명했지만, 경찰은 이를 수상하게 여겨 이씨의 자취방을 압수 수색했다.
이씨의 집에서는 범행에 쓰인 페트병과 수첩이 발견됐다. 수첩에는 이씨가 6개월간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에 따르면 이씨는 사건 당일 박씨의 집에서 숨바꼭질하다 큰 아이를 살해했다. 숨바꼭질을 위해 치마를 뒤집어쓰고 있던 박씨는 이씨가 미리 설치해둔 빨랫줄 올가미에 목이 감겨 사망했다.
이씨는 박씨를 살해하면서 방문을 지렛대로 쓰기도 했다. 문 위에 페트병을 고정시켜 빨랫줄 자국을 없애는 치밀함도 보였다. 박씨는 품에 10개월된 아이를 안고 있어 아무런 반항도 못했다. 이것이 박씨의 몸에 삭흔이 하나밖에 안 남은 이유다. 이씨는 박씨가 숨지자 둘째 아이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우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씨는 절친한 친구와 그 가족을 살해한 동기에 대해 "걔가 학교다닐 때 얼마나 별 볼일 없었는지 아냐. 내가 걔보다 못 한 게 없는데 나보다 행복하다. 그게 부러웠다. 걔네 집 갈 때마다 소외감을 느꼈다. 뒤에서 나를 무시했다. 시댁에 내 흉도 봤다. 나는 이렇게 비참한데 걔는 왜 행복해야 하냐"고 말했다.
박씨의 남편 나씨와 불륜도 질투를 키웠다. 결국 질투가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졌고, 이씨는 범죄에 눈을 뜨게 됐다.
이씨는 이듬해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19년째 복역하고 있다. 다만 모범수로 지냈다면 내년 가석방 심사를 받고 출소할 가능성이 있다. 유성호 법의학자는 "원래 이 정도 범죄면 사형판결을 받기 마련인데 재판부는 이씨의 우울증과 나씨와의 내연 관계를 정상 참작 사유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전형주 기자 jh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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