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열대야·강수량·습도 ‘무제한급 여름’…내년에 또 온다
올여름(6~8월) 전국 평균 기온은 물론 강수량과 폭염 및 열대야 일수 모두 평년 기록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7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3 여름철 기후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번 여름 전국 평균 기온은 24.7도로 평년보다 1도 높았다. 전국적으로 기상 관측망을 대폭 확대한 1973년 이래 4번째로 기온이 높은 것이다.
특히 올해는 여름철 석달 모두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다. 이런 사례는 지난 51년 동안 올해와 2018년(역대 여름철 평균 기온 1위, 25.3도), 2013년(2위, 25.2도) 세 해뿐이다.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는 각각 13.9일, 8.1일로 평년(10.7일, 6.4일) 보다 많았다. 폭염 일수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의 수, 열대야 일수는 밤(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의 수를 뜻한다.
기상청은 “6월 말~7월 초에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바람이 불어 기온을 높였고, 8월 말에는 태풍 ‘카눈’이 동중국해상에서 북상할 때 태풍에서 상승한 (고온다습한) 기류가 우리나라 부근으로 하강하면서 기온을 크게 높였다”고 분석했다.
전국 평균 강수량은 1018.5㎜(평년 727.3㎜)로 역대 5위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올여름 많은 비의 원인으로 장마철 많은 강수량, 강원 영동 지역에 이틀간 300㎜ 이상 비를 쏟아부은 태풍 카눈의 영향을 꼽았다.
특히 올해 장마철 강수량 순위는 올여름 전체 평균 강수량 순위를 앞선다. 장마철 전국 평균 강수량 660.2㎜로 역대 세번째로 많았다. 특히 폭우가 내렸던 남부지방은 712.3㎜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장마철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자주 불었고, 북쪽의 상층 기압골에서 유입된 찬 공기와 자주 충돌하면서 저기압과 정체전선이 강화돼 많은 비가 내렸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올여름 덥고 습한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 것이다. 이런 올 여름 날씨는 역대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된 2018년과 비교된다. 기상청은 “2018년 여름철에는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를 덮어 강한 햇볕의 영향을 받아 건조한 가운데 기온 상승효과가 크게 나타났다면, 올해는 티베트고기압의 영향도 있었지만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바람이 자주 불어 습하면서 더운 양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올여름 평균기온은 2018년에 비해 낮지만 평균 최저기온(2018년 역대 4위, 2023년 2위)과 상대 습도(47위, 9위)는 모두 2018년을 앞선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엘니뇨(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에 견줘 0.5도 높은 상태로 지속하는 현상)가 올 여름 고온다습한 날씨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도시환경공학부 교수)은 “지구온난화 추세가 반영돼 올여름 높은 기온이 나타났고, 엘니뇨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오면서 더 강한 폭염이 올 수 있었던 상황이 그나마 상쇄된 것으로 보인다”며 “비가 오는 양이 적었다면 더 강한 더위가 찾아왔을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7월 강수량이 증가했는데, 7월 기온 그래프를 보면 비가 오지 않은 날에는 온도가 상당히 올라가는 경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올여름 극단적인 폭염은 비껴갔지만 엘니뇨가 발생하면 다음 해나 그 다음 해에 더 크게 온도가 오르는 등 영향이 커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기상 전문가들은 앞으로 “차트를 벗어나는” 무더운 여름이 지속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 그룹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는 5일(현지시각), 지난 6~8월이 기록상 가장 더웠던 3개월이라고 밝혔다.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지난 8월은 역대 가장 더웠던 8월이었고, 기록상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된 지난 7월 이후 두 번째로 더운 달이었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이에 “폭염은 인간의 건강, 생태계, 농업, 일상생활에 연쇄적 영향을 미친다”며 “(온실가스가 폭염을 부추기고, 폭염이 다시 대기질 악화를 부르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서로 손을 잡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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