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자식 잃은 부모 이기려 드는 정권 오래 못 가”···민주당 때아닌 ‘탄핵’ 논쟁

김윤나영 기자 2023. 9. 7. 14: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단식 8일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 본관 앞 천막단식투쟁장에서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자식 잃은 부모를 이기려 드는 정권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고 밝혔다. 전날 “링 위에 올라간 선수들이 국민의 뜻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발언한 데 이어 윤석열 정부의 임기 조기 종료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의 연이은 ‘작심 발언’으로 당내에서는 때아닌 윤 대통령 탄핵 논쟁이 벌어졌다.

이 대표는 무기한 단식농성 8일 차에 접어든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전날 국회 단식농성장을 찾은 사실을 전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아무 잘못 없는 국민 159명이 백주대낮에 목숨을 잃어도 책임지는 사람도 진정성 어린 사과도 없다”며 “국가의 부름을 받은 한 청년 (채모 해병대) 병사가 억울하게 주검으로 돌아왔음에도 진상규명은커녕 은폐에만 여념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대통령은 예를 갖춰 죽어 나간 희생자분들과 유가족분들께 사과하시기를 바란다”며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와 민생을 파괴하는 지금의 국정을 전면 쇄신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의 단식은 그 안타까운 영혼들의 넋을 기리는 일이기도 하다”며 “단식(斷食)의 고통이 아무리 크다 한들 단장(斷腸)의 고통에 비할 수 없기에 견뎌내겠다”고 했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박근혜 정부의 사례를 들어 윤석열 정부가 임기를 채울 수 없으리라고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은폐 의혹을 받았고 국정농단 사태를 거쳐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인용으로 임기를 못 채운 바 있다. 이태원 참사와 채 상병 사망 사건 진상규명에 미온적인 정부 태도가 박근혜 정부 때와 같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전날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국민의 뜻에, 국리민복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을 시사한 발언으로 읽혔다. 이 대표는 이날 저녁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5차 촛불집회에서 “권력이 영원할 것 같아도 결국은 국민의 뜻에 어긋나서 존속할 수 없고 결국 국민의 뜻이 관철될 것”이라며 “우리가 깨우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한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을 겨냥해 “화무십일홍이라 했다”며 “칼로 흥한 사람은 칼로 망한다는 말을 기억하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가 원론적인 발언을 한 것”이라면서 수습을 시도했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탄핵에 관한 견해는 소수의 의견일 뿐이고 다수는 지금 탄핵 국면으로 갈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 대표의 ‘링 위에서 끌어내려야’ 이것도 원론적 발언이다. 지금 민주당은 탄핵을 준비하거나 시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S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탄핵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고 원론적인 말씀”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다만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당할 정도로 중대한 법률 위반을 했는가를 두고 당내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최재성 전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해병대 수사단에 대통령실과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느냐, 이거는 엄밀히 따지면 진짜로 탄핵 사유”라고 말했다. 진 수석도 “윤 대통령이 헌법의 기본정신과 가치를 부정한 듯한 언행을 지속해 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거론했다.

반면 이상민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탄핵에 의해 고위공직자를 퇴출시킬 경우엔 그에 합당한 중대한 위법 사유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탄핵을 갑자기 던지니까 뜬금없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탄핵이 타당한지) 의원총회에서 한번 의견을 제대로 모아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