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불참하면 공개 심판’… 친명 구심점 된 野 혁신회의
진교훈, 혁신회의 소개 후 공천 ‘일사천리’
黨 외곽서 친명 구심점으로 부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원외 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이하 혁신회의)가 당 지도부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모임에서 처음 선보인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이 입당한 지 약 열흘 만에 돌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로 전략공천을 받는가 하면, 혁신회의가 당 차원의 국무위원 전원 해임 추진을 요구한 다음날 이 대표가 통일부 장관 경질을 언급하는 식이다.
혁신회의는 특히 이 대표에 비판적인 의원들을 공개 저격하는 방식으로 대결 구도를 강화하고 있다. 혁신회의는 7일 입장문을 내고 당내 친문(친문재인)계 싱크탱크인 ‘민주주의4.0′ 소속 의원들을 ‘해당(害黨)행위자’ ‘위선자’로 지칭했다. 민주주의4.0이 전날 개최한 여론 동향 세미나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이재명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자, 세미나 참석 의원들의 실명을 일일이 거론하며 비판한 것이다.
혁신회의는 “정태호, 전해철, 홍영표, 도종환, 김종민, 정태호, 고영인, 김영주, 한정애, 강병원 의원 등이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들의 행위는 헌정 질서와 민생경제, 야당을 파괴하며 국민 삶과 국가를 나락에 빠뜨리는 정권에 맞서 당대표가 생명을 던져 단식을 하는데도 자신들의 공천 기득권만 지키려는 해당 행위”라고 했다.
‘검사 탄핵’ 추진 명분으로도 ‘반대자 명단 공개’를 예고했다. 혁신회의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국무위원 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 ▲’고발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등 검사 5인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및 의결에 대해 민주당 의원 168명 전원에 이메일 및 전화로 찬반을 묻고, 답변 내역과 명단을 오는 12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강성 친명계가 추진하는 해임 및 탄핵안(案)에 반대하는 국회의원의 실명을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설문에 불참할 경우엔 반대로 간주하겠다고도 했다. 미디어단장인 김성진 변호사는 “당 지도부와 사전 협의는 없었다”면서도 “11일까지 가부 간 답이 없으면 ‘반대’로 합산해 발표한다”고 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국무위원 해임건의와 검사탄핵 모두 발의 100명, 의결 150명 이상이면 된다. 민주당 의원 168명이 나서면 쉽게 가결된다”며 “5만 명의 권리당원이 비리 검사 탄핵을 민주당에 명령했지만 (탄핵안 발의에 필요한 의원) 100명도 나서지 않고 있다”고 했다.
탄핵 대상에 오른 5명은 손준성 검사를 비롯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관련 피해자를 보복 기소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동완 검사, 라임 사건의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향응 수수 혐의를 받는 나의엽·유효제·임홍석 검사다.
손 검사 외 4명은 친명계 강경파 김용민 의원이 주도해온 검사 탄핵소추안에 포함돼있다. 지난달까지 의원 70여명이 서명했다고 한다. 당 청원게시판에선 친명 권리당원 5만명으로부터 탄핵 추진 동의도 받았다. ‘역풍’ 우려에 당내 동력이 부족해지자, 원외 조직이 ‘실명 공개’로 의원들을 압박하며 전면에 나선 것이다.
공교롭게도 당 지도부는 같은 날 김영호 통일부 장관 경질을 공개 요구하고, 국무위원 해임 건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장관이 전날 대정부질문 답변 과정에서 “대한민국 국민 5000만이 모두 주권자로 권력을 행사하면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가 된다”는 발언으로 ‘국민주권’을 부정했다는 이유다.
박성준 대변인은 비공개 회의 후 “(해임건의안을 포함해) 다각적으로 대응 수위를 논의 중”이라고 했다. ‘국무위원 전원’을 해임하는 방식은 아니라면서도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민을 못 지킨 장관들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해임건의안 관련) 일정을 조율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혁신회의가 ‘공천 플랫폼’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전략공천 과정에서 혁신위가 일종의 ‘주선자’ 역할을 맡은 것이다.
진 전 차장이 공개 석상에 처음 등장한 건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전국혁신회의 1차 전국대회다. 전국대회에는 정청래·박찬대·장경태·민형배·강득구 의원 등 친명계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혁신회의 사무총장은 진 전 차장을 소개하며 “강서구에서 활동하시고, 간판 스타로 모시기 위해 삼고초려 중”이라고 했었다.
진 전 차장은 사흘 뒤 입당 및 출마 의사를 밝혔다. 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기존 예비후보 13명을 확정하지 않고, 2차 공모를 낸 마지막 날이다. 공관위는 후보자 신청 자격을 ‘6개월 이상 권리당원’에서 ‘신청일 현재 권리당원’으로 바꿨다. 기준 완화로 지원 자격을 얻은 진 전 차장은 입당한 지 12일만인 이달 4일 전략공천을 받아 민주당 후보가 됐다.
당에선 ‘총선 원팀’을 약속했던 원내 합의가 깨질 거란 우려가 높다. 비명계는 물론 중진급에서도 탄핵 등 강경 투쟁에 대한 우려가 크다. 총선을 앞두고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이들이 혁신회의가 추진하는 설문에 찬성표를 던지기는 어렵다. 설문에 반대할 경우,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공천 보복 예고’ ‘문자 폭탄’ 등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김성진 변호사는 “당내 반대 의견도 있는 것은 알지만, 우리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이 국무위원 해임과 검사 탄핵에 전원 동참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며 “당 대표는 모든 것을 걸고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데, 민주당 의원들도 국민항쟁 전선에 동참할 거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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