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저장업체 선정 "국내업체 불리…안보 고려해야"

경남CBS 이상현 기자 2023. 9. 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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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건식저장용기 1단계 종합 설계 입찰…韓 두산·프랑스 오라노 최종 경쟁
국내 제작협력사들 "외국 기업에 기술 종속 우려…발주 요건을 명확히 해야"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스템' 예상도. 두산에너빌리티 캐스크 신기술 제작협력사 협의회 제공


원자력발전소에서 수명이 다한 핵연료를 처분하기 위한 건식저장시설(캐스크) 설계용역 사업자 선이 임박했다. 국내 두산에너빌리티와 프랑스 오라노가 막판 경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업체가 불리한 조건으로 입찰이 진행되고 있어 국가안보와 국익 등을 고려한 공정한 입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사용후핵연료 발생량 및 포화전망'에 따르면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1년 한울원전, 2032년 고리원전 순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가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2023년 6월 기준으로 저장율이 고리원전 88%, 한울·신한울원전이 86%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에 따라, 습식저장에서 건식저장시설로의 전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통상 원자력 발전에 투입됐다가 수명이 다한 핵연료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2060년(예상) 영구처분하기전까지 약 33년 동안 안전하게 원전부지 내의 캐스크에 보관해 자연냉각을 거친 후 지하 500미터 이상의 영구처분장으로 옮겨진 뒤 영구처분용 캐스크에 봉인 후 영구처분하게 되는데, 이번 입찰은 이 캐스크의 종합설계용역이다.

한수원은 최근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스템 종합설계용역' 사업 입찰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프랑스 오라노를 사전 심사 적격자로 선정했다. 최종 사업자는 최저 가격을 제출받아 기술 평가를 거친 뒤 오는 20일 결정된다.

이번에 선정된 설계모델에 의해 제작될 캐스크는 2027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은 후 제작하게 되고, 그전에 선정된 설계모델에 따라 제작을 추후 선정될 제작사가 하게 된다. 캐스크 설계모델의 사업비는 약 300억원이지만, 오는 2060년까지의 총 캐스크 제작사업비는 8조 여원(총 2800여개)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두산에너리빌리티와 관련 제작협력사들은 이번 캐스크 설계모델 선정 공고가 해외사가 유리하도록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신기술 협력사 삼우리콘산업 등 4개사로 구성된 '두산에너빌리티 캐스크 신기술 제작협력사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7일 입장문을 통해 "캐스크 설계모델이 한 번 결정되면 향후 30년 이상 같은 방식을 유지해야 하고 향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번 입찰이 국가안보와 국익 등을 고려해 공정하게 입찰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업체 선정이 잘못될 경우, 향후 캐스크 제작 과정에서 지속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특히, 입찰 한 번으로 결정된 캐스크 설계모델에 따라 지속적으로 향후에도 제작되는 만큼, 선정된 설계모델의 지적재산권(특허 등)이 완전배제 되지 않는 한, 설계모델에 종속되면서 제작사업비가 크게 상승할 수 있다.

실제로 프랑스 오라노사의 설계모델은 자사의 특허등록된 소재와 제조기술(중성자 차폐재 등)만이 적용되도록 설계하고 있어 추후 캐스크 제작시점에 자사의 특허받은 핵심재료의 독점적인 공급을 통해 수익을 독점할 수도 있다. 이번 종합설계용역에서 초저가 입찰가격으로 참여해 우선 설계모델을 확정받은 뒤 수익은 제작시 제작사에 전가해 폭리를 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특허가 없는 범용소재만을 적용한 설계모델을 가지고 있어 제작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이러한 불합리한 점을 방지하기 위해 한수원이 발주요건을 명확히 해서 공정한 입찰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캐스크 종합설계용역 설계사양에 설계사의 특허 등록된 소재나 제작 기술을 적용할 경우, 향후 발주자나 국내 제작사가 특허 기술을 사용함에 따른 보상을 입찰가에 미리 모두 포함시키고, 설계사가 차후 국내 캐스크 제작시 국내 제작사에게 추가로 특허 보상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난 2011년 발생한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듯, 원전과 처리 과정은 국민안전과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와, 러시아, 일본 모두가 자국의 설계모델과 자국제작사를 통한 캐스크 구축을 하고 있으며, 미국은 자국, 프랑스, 독일, 한국 등 글로벌업체들이 경쟁을 통해 캐스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진수 협의회 회장은 "이미 협력업체들이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캐스크 제작의 핵심기술을 공동개발해 미국 원자력발전소의 캐스크 사업에 납품을 하고 있고, 국제기술수준에 부합한 캐스크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주요 선진국처럼 원자력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국내업체 설계와 국내업체의 제작으로 캐스크 사업을 수행해야 원자력 국민안전과 안보에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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