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대구’ 이끈 대구오페라하우스 스무돌…슈트라우스 ‘엘렉트라’ 국내 초연

임석규 2023. 9. 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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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바그너에 이어 올해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로 승부
20회를 맞은 대구오페라축제에서 선보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국내 초연 오페라 ‘엘렉트라’.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오페라극장 공연 장면.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리하르트 바그너에 이어 이번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다. 20회를 맞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와 ‘엘렉트라’를 올린다. ‘엘렉트라’는 국내 초연. 지난해 ‘니벨룽의 반지’ (바그너) 4부작을 잇달아 공연하며 ‘링 사이클’(Ring Cycle)을 선보인 ‘오페라 도시’ 대구가 올해엔 접하기 힘든 작품들로 승부수를 건다. 올해가 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 스무돌이다.

대구오페라축제 20돌 ‘살로메’ & ‘엘렉트라’

바그너와 슈트라우스의 묵직한 오페라들을 연달아 무대에 올리는 건 유럽 극장들도 쉽게 엄두 내지 못한다. 엄청난 에너지와 기량이 요구되는 전문 성악가를 구하는 일부터 어렵다. 무대와 의상, 조명 등 다양한 제작 역량도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해 ‘링 사이클’은 주역 가수와 오케스트라, 합창단에 무대와 의상, 조명까지 모두 ‘독일 직수입’이라 가능했다.

이번 국내 초연 작품 ‘엘렉트라’ 역시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오페라극장과 합동 제작이다. 연출과 지휘자에, 주역 가수와 무대, 의상, 조명까지 ‘불가리아산’이다. 다만, 합창단과 일부 조연, 연주(디오오케스트라)는 대구가 맡는다. ‘살로메’는 대구오페라 자체 제작이다. 연출가와 지휘자는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하는 이들이지만, 무대와 의상, 조명은 대구가 제작한다. 비중이 높은 요한과 나라보트 역은 바리톤 이동환, 테너 유준호가 나서며, 오케스트라도 대구시향이다.

‘살로메’는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쓴 파격적 희곡이 원작. 유럽 여러 나라에서 공연이 금지되는 등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문제작이다. 지금은 오페라 지평을 넓힌 빼어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인기도 높은 편이다. 주인공 살로메가 의붓아버지 헤롯왕 앞에서 추는 ‘일곱 베일의 춤’이 특히 유명하며, 이 부분만 따로 떼어내 연주하기도 한다. 국내 초연작 ‘엘렉트라’는 ‘엘렉트라 콤플렉스’와 관련된 소포클레스의 그리스 비극을 각색한 작품이다. 아버지 아가멤논을 죽인 어머니를 벌하기 위해 딸 엘렉트라가 벌이는 복수극이다. 베르디의 ‘리골레토’와 ‘맥베스’, ‘오텔로’도 만날 수 있다. 대구오페라축제는 10월6일부터 11월10일까지 이어진다.

불가리아 소피아국립오페라극장 프로덕션으로 대구오페라축제에서 선보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국내 초연 오페라 ‘엘렉트라’.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금·토·일 다른 작품…유럽형 시즌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올해 ‘유럽형 시즌제’도 살짝 선보였다. 봄철인 지난 3~4월 주말이면 요일별로 각각 다른 오페라 3편을 선보인 것. 금요일 밤엔 ‘토스카’(푸치니), 토요일 낮엔 ‘세비야의 이발사’(로시니), 일요일 낮엔 ‘피가로의 결혼’(모차르트)이었다. 모두 자체 제작 작품. 별거 아닌 거로 보이지만 국립오페라단도 못한 일이다. 작품을 바꿀 때마다 무대를 교체하고 의상과 조명도 발 빠르게 전환해야 하는데, 자체 제작 역량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는 “관객들로선 선택지가 넓어지는 셈이라 내년에도 이어갈 계획”이라며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등의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윤이상 오페라 ‘심청’ 대표 브랜드

‘오페라 도시’ 대구의 저력은 해외 교류에서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을 대구의 ‘브랜드 오페라’로 끌어올렸다. 해외 러브콜이 잇따른다.  2025년엔 에스토니아 국립오페라극장에 ‘심청’과 ‘나비부인’(푸치니) 2편을 올린다. 2026년엔 독일 만하임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심청’을 공연한다. 지난해 바그너 ‘링 사이클’ 공연에 대한 ‘품앗이’ 성격이다. 이밖에 루마니아 국립오페라극장과도 공연 엠오유(MOU)를 맺었다. ‘심청’은 1972년 뮌헨올림픽 문화축전을 위해 독일이 윤이상에게 위촉한 작품. 정갑균 대표는 “외국 극장 대표자들도 잘 아는 작품이라 공연 협상을 벌일 때 심청 얘기만 꺼내면 반응이 온다”고 했다.

‘오페라 도시 대구’로 특화

국내에서 서울을 제외하고 오페라가 활성화된 도시는 대구가 유일하다. 20년 연륜이 쌓이면서 관객층도 두꺼워졌다. 1976년 창단된 광주 시립발레단과 더불어, ‘오페라는 대구, 발레는 광주’란 이미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행정직과 무대 제작 관련 기술직을 합쳐도 30여명에 불과하다. 전속 가수나 합창단, 무용단, 오케스트라는 꿈도 못 꾼다. 물론, 500명을 웃도는 유럽 오페라 극장과 비교하긴 어렵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정갑균 대표는 “국내에서 제작하는 오페라의 수준은 유럽 상류극장에 다가서고 있는데 극장 운영 시스템은 아직 하늘과 땅 차이”라며 “공공의 지원을 확대해 제작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그동안 애써 쌓은 위상이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국내 초연 오페라 ‘엘렉트라’ 공연 장면.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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