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일부에 ‘카르텔적’ 요소 부정 어려워”…과학기술계 반발 확산할까
“과학계 전체 얘기는 아냐…비효율 걷어내는 과정”
이번 주 과학기술계는 ‘연대회의’ 만들어 집단 대응
주영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최근 논란이 된 내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관련해 “R&D 현장 일부에 ‘카르텔적’ 요소가 있었다는 점을 완벽하게 부정할 수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분야로 중소기업 지원 쪽을 지목했다. 다만 주 본부장은 “전체가 카르텔이라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며 “(R&D 현장의) 비효율성을 걷어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 전체의 예산을 정하는 권한은 기획재정부에 있으며,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과학기술 분야 R&D 예산을 심의·조정하거나 연구 성과를 평가한다. 주 본부장의 이번 입장은 최근 과학기술계가 자신들을 ‘이권 카르텔’로 지목한 정부·여당에 반발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7일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 본부장은 “중소기업과 관련한 지원 사례에서 주로 (카르텔적 요소가)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발표된 내년 정부 R&D 예산은 올해보다 16.6%(5조2000억원) 줄었다. 과기정통부는 R&D 예산 가운데 일부가 일반 재정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실제 감소 폭은 10.9%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1991년 이후 정부 R&D 예산이 줄어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이런 정부 R&D 예산 감소가 ‘카르텔’을 정리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정부·여당 내 흐름에 과학기술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여권에선 과학계에 ‘카르텔’이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과기정통부는 정부 R&D 예산 감소의 초점이 중소기업 지원을 줄이는 쪽에 있다고 강조한다.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생산활동을 돕는 데 초점이 있는 보조금을 대거 줄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가 R&D를 주도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선 다른 얘기가 나온다. 누리호를 만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상파 DMB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상당수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선 인건비 등을 제외한 주요 사업비, 즉 오롯이 R&D에만 투입되는 재원 감소 폭이 20~30%에 이른다고 토로한다. 이 정도 감소 폭이면 신기술을 당초 예정된 기간에 내놓는 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 본부장은 “통합재원 1000억원을 조성해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있는 연구를 하겠다고 나서는 각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기관별 칸막이를 넘어 활용할 수 있는 ‘저금통’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통합재원을 어떤 기준으로 분배하고 사용할지는 과기정통부에서 세부 계획을 짜고 있다.
하지만 연구 현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비효율’과 독점 이득을 꾀하는 배타적인 집단인 ‘카르텔’이 갖는 의미는 크게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선 정부가 이날 자리에서도 명확하고 세부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일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등 9개 과학기술 관련 단체는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를 출범시켰다. 연대회의는 ‘카르텔’ 언급에 대해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고, R&D 예산도 원상 회복하라는 입장이어서 향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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