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따르기 강요·강제 키스…축협·신협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적발

김지환 기자 2023. 9. 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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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지역 금융기관 기획감독
농협·수협·새마을금고 등 113곳
법 위반 763건···행정·사법조치
동남원새마을금고의 여직원 밥 짓기·빨래 등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을 폭로한 A씨(20대)가 지난해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직장갑질이 만연한 한국사회에 던지고 싶은 말’을 써서 들고 있다. 조해람 기자

‘고객에게 술 따르기 강요’, ‘여성 직원에게 강제 입맞춤’, ‘장기자랑 강요’ 등 지역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5건이 적발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지역 금융기관 기획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간담회에는 최근 직장 내 괴롭힘이 문제가 된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중앙회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지난해 새마을금고·신협에 이어 올해 3~8월에도 기획감독이 실시됐다. 감독 결과 113곳의 지역 금융기관(농·축협 92곳, 수협 14곳, 새마을금고 4곳, 신협 3곳)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5건), 임금체불(214건, 38억원), 비정규직·성차별(7건), 연장근로 한도 위반(33건) 등 총 763건의 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노동부는 ‘여직원에게 고객과의 식사자리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자 합리적 이유 없이 다른 지점을 발령한 건’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른 위반사항에 대해선 과태료 부과(35건, 4700만원), 시정지시(그 외 법 위반 사항) 등 행·사법적 조치를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근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A축협에선 임원이 여직원을 고객과의 식사 자리에 강제로 참석시켜 술을 따르고 마시라고 강요했다. 이를 거부한 직원은 본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발령이 났다. B축협에선 조합장이 매주 월요일마다 전 직원 율동 영상을 촬영해 지점 직원들이 가입한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도록 하고, 영상에 등장하는 여직원 외모와 복장을 지적했다.

C신협에선 남성 임원이 회식 중 술을 깨기 위해 가게 앞 벤치에 혼자 앉아 있는 여직원에게 강제로 입을 맞췄다. 또 임원이 직원들에게 ‘나에게 잘 보이면 보너스 점수들 준다’며 워크숍에서 장기자랑 및 공연을 하도록 강요했다. 계약기간이 남았는데도 퇴사를 강요받은 기간제 노동자가 퇴사하지 않자 임원이 폐쇄회로(CC)TV 위치를 변경해 해당 노동자의 업무를 감시하고, 기존에 작성하지 않던 업무일지를 쓰게 하면서 괴롭힌 사실도 드러났다.

이 장관은 “이번 감독 결과는 지난해와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동종업계 특별감독,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진행된 기획감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선 문화·관행이 바뀌지는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고 말했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사용자의 직장 내 괴롭힘을 강력히 처벌해야 직장갑질을 줄일 수 있지만 정부는 사용자의 직장 내 괴롭힘에 너무 관대하다”고 밝혔다. 이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규정을 적용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 사장이 성희롱을 하면 처벌되고, 직장 내 괴롭힘은 해도 처벌되지 않는 황당한 상황을 왜 방치하고 있는가”라고 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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