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기촉법' 일몰 우려…워크아웃 공백 생기나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부실기업이 선제적이고 신속한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워크아웃 제도 중단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 워크아웃의 법적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일몰 기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를 연장하기 위한 국회 논의는 두 달 넘게 스톱돼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당국과 국회 등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기촉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지만 아직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심사단계에 머물러 있다.
두 의원의 개정안은 각론에서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기촉법 유효기간을 김 의원 안은 법 시행일로부터 10년, 윤 의원 안은 2027년 12월31일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기촉법은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기업 구조조정 절차인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법이다. 채권금융기관의 75% 이상이 동의하면 채무 유예·탕감과 추가 자금투입 등의 지원을 해주는 대신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 기업을 회생시키는 제도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겪으며 지난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기촉법은 현재까지 다섯 차례 연장됐으며 오는 10월15일 일몰 기한이 또다시 도래한다.
그러나 지난 7월4일 민주화유공자예우법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무위 소위에서 강행 처리한 것을 계기로 정무위가 파행을 겪으며 두 달 넘게 기촉법 논의도 스톱돼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과 6일 정무위 전체회의가 잇달아 열려 지난해 예산 결산과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채택 등이 이뤄졌지만 기촉법 등을 심의할 법안소위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만일 법안소위가 조만간 열려 기촉법 심사에 속도가 붙는다고 해도 정무위와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등을 일정을 고려할 때 이달 21일과 25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게다가 10월은 국정감사 기간이기 때문에 이달 중 입법 절차를 마무리짓지 못하면 기촉법은 일몰을 맞이해 폐지되고 새 기촉법 제정 논의는 연말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와 경기침체로 한계기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워크아웃 제도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여년 간 워크아웃 제도를 통해 기업 정상화에 있어 많은 성과를 냈고 한계기업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몰 전 기촉법 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경영환경 악화로 이자도 갚기 어려운 한계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가운데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7.5%로 2016년말(9.3%) 대비 8.2%포인트 증가했다.
한계기업이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인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으로 1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버는 돈으로 이자도 갚기 힘든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된 기업이 국내 상장사 6곳 중 1곳 이상에 해당된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의 지난해말 정기 신용위험평가에서도 부실징후기업은 185개사로 전년대비 25개사가 증가했다.
한국은행도 2017년 3111개이던 한계기업 수가 2021년 3572개로 14.8% 증가했으며 대출금리 상승, 환율 상승 등으로 경영여건이 나빠질 경우 한계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현재 한시법인 기촉법을 연장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상시화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법인회생과 차별화되는 워크아웃의 성과를 내고 있고 한계기업도 크게 증가하는 현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워크아웃 제도의 유지가 필요하다"며 "구조조정 수요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일몰 전에 연장을 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의 또다른 수단인 법인회생을 주도하는 법원행정처는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는 채권단의 재산권 행사침해로 위헌 소지가 있다며 회생절차로의 구조조정 일원화 의견을 국회에 내는 등 기촉법 연장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야당에서도 기촉법의 위헌 소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몰법이라고 해서 실효 전에 반드시 연장할 필요는 없으며 공청회를 통해 제도 운영 여부를 논의해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금융당국은 기촉법의 일몰 도래로 워크아웃이 무용지물이 될 것에 대비해 플랜B로 금융권 자율협약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자율협약은 채권단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시급한 경우 적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기촉법 공백이 길어질수록 워크아웃으로 충분히 경영정상화가 가능한 중소·중견기업들이 더 많이 파산으로 내몰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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