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북한 9·9절에 류궈중 부총리 보낸다…김정은과 북중경협 논의할듯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2023. 9. 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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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北매체, 정권수립일 中대표단 방북보도
中, 대북 경제 지원·협력 본격화 가능성
류 부총리, 북중접경 사정 밝은 경제관료
9조원 규모 삼성반도체 투자유치 실적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7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열병식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왼쪽 둘째),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과 함께 열병대열에 인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중국이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9·9절) 75주년 행사에 류궈중 국무원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한다고 7일 북측이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르면 내주 러시아를 방문해 북러정상회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는 가운데 북중 협력도 강화되며 북중러 3각구도가 더욱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날 노동신문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정부 초청에 의해 류 부총리 등 중국 공산당·정부 대표단이 9·9절 75주년 경축행사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류 부총리 등 중국측 대표단은 앞서 북측이 예고했던 9·9절 계기 ‘민간무력 열병식’을 비롯해 각종 연회·행사 등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의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7·27) 70주년 행사 등의 사례를 감안하면 류 부총리 등 대표단은 김 위원장을 별도로 면담할 전망이다.

중국은 5년 전인 9·9절 70주년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리잔수 당시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을 평양에 보냈다. 그는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시 주석과 리커창 당시 총리에 이어 권력서열 3위에 해당하는 최고위급 인사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당 정치국 위원인 류 부총리가 방북 대표단을 이끌면서 격과 급이 다소 낮아졌다.

다만 정통 경제·기술관료 출신 고위급 경제 책임자인 류 부총리의 방북을 통해 북중 간 구체적인 경제 지원·협력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류 부총리는 하얼빈공대를 졸업한 뒤 공직에 입문해 헤이룽장성 부성장과 지린성장 등 북중 접경지역에서 두루 경력을 쌓아 북중 간 교역·협력 현안을 다룬 경험이 많다. 산시성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8년에는 삼성전자의 시안 반도체 2기 라인과 관련해 총 70억 달러(약 9조 326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류궈중 중국 국무원 부총리. [매경DB]
“류 부총리, 北과 경협 의논할 위치에 있어”
중국 전문가인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류 부총리는 정통 경제관료 배경을 갖췄고 길림성장 등을 지내며 북한과 교류도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 교수는 “류 부총리는 북한과 (실질적인) 경제 협력, 지원 문제를 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며 그가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이러한 문제들을 협의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으로서는 북한과의 불법적인 무기 거래에 적극적인 러시아와는 차별화된 대북 접근법을 택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 9·9절 행사에는 러시아도 고위급 대표단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2018년 9·9절 70주년에는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의장 등이 방북해 김 위원장과 만났다. 이렇게 되면 지난 7월의 7·27 행사 때처럼 김 위원장과 중국, 러시아 인사들이 오는 9일 평양 김일성 광장 열병식 주석단에 오르는 그림이 재연될 개연성도 크다.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이 김일성 광장 일대에서 예고했던 것처럼 민간무력 열병식을 준비 중인 정황을 포착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브리핑에서 북측 열병식 관련 동향에 대한 질문에 “북한의 정치 일정과 상황을 고려해서 해당 지역에 대한 감시와 추적을 하고 있다”면서 “현재 다수의 인원들이 이동하고 있는 것들을 식별했다”고 답변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국무부 외신센터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美 “북중러 연대 우려...美를 공동의 적 간주”
미국 백악관은 북한·중국·러시아·이란 간 연대 강화를 우려하며 “미국을 공동의 적으로 간주하는 국가들”이라고 지목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브리핑을 하고 “북, 중, 러, 이란 등 4개국 협력을 ‘새로운 악의 축’이라는 방식으로 묘사하지는 않더라도 이들의 관계 증진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특히 미국을 공동의 적으로 보는 국가들”이라면서 예의주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북한을 향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커비 조정관은 북한이 러시아 용병인 바그너 그룹에 일부 로켓과 포탄을 제공했지만 러시아군에 대량으로 지원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서 “북한이 러시아와 무기 이전에 개입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지 않기를 다시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러시아군에 무기를 지원하기로 선택하면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움직임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력 비판했다.

[김성훈 기자·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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