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美 프리미엄 버거에 ‘내일의 한식’을 담았다
‘가장 미국스러운 음식’ 햄버거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셰프를 만났다.
SPC가 전개하는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은 7일 박정현 아토(ATO) 셰프와 협업해 개발한 ‘아토 메뉴 3종’을 선보였다. 아토는 선물이란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박정현 셰프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널리 인정받는 한국인 요리사다. 그는 2016년부터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한복판에서 한식(韓食)을 요리했다. 지금처럼 한식이 널리 사랑받기 전이다. 그때까지 코리아타운을 벗어나지 못했던 한식은 그의 손을 거치면서 미국 주류 미식업계를 파고 들었다.
박 셰프가 2018년 세운 파인 다이닝(고급) 레스토랑 아토믹스(Atomix)는 2018년 뉴욕타임스가 꼽은 ‘올해의 뉴욕 레스토랑’ 1위를 차지했다. ‘기존 한식을 넘어선 내일의 한식’이라는 평가가 잇달았다. 지난해에는 미식계 오스카상으로 통하는 월드베스트레스토랑 리스트에서 미국 1위에 올랐다. 뉴욕 미쉐린 가이드에서는 줄곧 별 2개를 유지하고 있다.
박 셰프는 그동안 본거지 뉴욕은 물론 전 세계를 돌며 세계적인 셰프들과 협업했다. 인기 요리사 두 명이 함께하는 포핸즈(four hands), 세 요리사가 함께하는 식스핸즈(six hands) 같은 행사는 클래식계 거장들이 벌이는 합주처럼 자주 벌어지지 않는 이벤트다. 짧으면 하루, 길어도 일주일 정도면 막을 내린다.
쉐이크쉑과 협업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번 행사는 오는 9일 단 하루 동안 열린다. 박 셰프가 모국(母國)에서 벌이는 첫 협업이다.
박정현 셰프는 “그 동안 세계적인 셰프들과 협업하면서 한국 음식과 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지금까지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한식의 가치와 맛을 아토 메뉴에 섬세하게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쉐이크쉑은 2004년 처음 문을 열 때부터 파인 캐주얼(Fine Casual)을 표방했다. 파인 다이닝과 캐주얼을 합친 단어다. 고급 레스토랑 수준 음식에 패스트푸드점의 편리함을 적용한 콘셉트를 뜻한다.
2016년 허희수 당시 SPC그룹 마케팅전략실장 역시 개장 간담회에서 “쉐이크쉑 도입으로 국내에 파인 캐주얼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파인 캐주얼은 품질과 가격, 시간이라는 방정식에서 새 균형을 찾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다.
테이블보나 꽃 같은 파인다이닝 서비스는 기꺼이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식재료는 파인다이닝과 100% 같아야만 한다.
대니 마이어 쉐이크쉑 창업자·USHG 회장
우리나라에 익히 알려진 외국계 버거 브랜드 대부분은 처음부터 햄버거를 전문으로 시작했다. 파이브가이즈나 인앤아웃, 슈퍼두퍼가 대표적이다.
반면 쉐이크쉑은 뿌리를 파인다이닝에 두고 있다. 쉐이크쉑을 운영하는 유니언스퀘어 호스피털리티 그룹(USHG)은 맨해튼에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더모던과 1스타 레스토랑 그래머시 터번을 운영한다. 그래머시 터번은 쉐이크쉑보다 10년 먼저 문을 열었다.
그 명성을 바탕으로 쉐이크쉑은 매년 세계 미식계를 쥐락펴락하는 요리사들과 협업했다.
2014년 10주년 기념 협업은 마시모 보투라가 참여했다. 구찌오스테리아 서울을 총감독한 보투라는 2016년 월드베스트레스토랑 리스트 1위를 차지한 이탈리아 대표 요리사다. 이어 2017년에는 일본 도쿄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진보초 덴의 자이유 하세가와 오너셰프와 손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 강민구 밍글스 셰프, 2018년 김대천 톡톡 셰프, 2019년 이충후 제로컴플렉스 셰프가 쉐이크쉑과 협업에 나섰다.
마크 로사티 쉐이크쉑 컬리너리 디렉터는 이날 간담회에서 “소중한 의미가 담기길 바라기 때문에 자주 협업을 하진 않는다”며 “쉐이크쉑 팬들이 특별한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존경할 만한 셰프와 훌륭한 자리를 만들 수 있을 때만 진행한다“고 말했다.
박 셰프는 9일 아토버거와 아토프라이, 아토 수정과 쉐이크 세가지 메뉴를 선보인다.
아토버거는 새우살로 패티를 만들었다. 미국에서 통상 햄버거라면 빵 두 장 사이에 쇠고기 패티를 넓고 평평하게 넣은 음식을 말한다.
박 셰프는 어묵과 핫바를 즐기는 우리 문화를 접목해 쇠고기 대신 새우살을 사용했다. 통 새우살과 적당히 다진 새우살, 완전히 간 새우살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 만든 새우살 패티는 혀 끝에 다양한 식감을 준다.
햄버거는 구성이 단순한 음식이다. 복잡하지 않아 역설적으로 특별히 맛있게 만들기 어렵다. 정석을 따르면 대체로 비슷한 맛이 난다. 차이를 주려면 그만큼 손이 많이 간다.
아토버거는 실처럼 가늘게 채썬 감자를 전처럼 부쳐 버거 안에 넣었다. 어묵을 닮은 패티, 감자전 모양 해시브라운은 입 안에서 한국인에게 익숙한 맛을 빚어낸다. 반면 상큼한 유자 칠리 소스는 이 익숙한 맛을 이국적인 느낌으로 변주한다.
박 셰프는 2021년 당시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를 돕는 자선행사에서 이 메뉴를 한 차례 선보였다. 미국 소비자들은 으레 쇠고기를 넣은 햄버거, 닭고기를 사용한 치킨 샌드위치를 선호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아토버거는 2시간 만에 준비했던 수량이 모두 떨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아토프라이에는 고춧가루처럼 맵싹한 감칠맛이 돋보이는 양념을 올렸다. 아토 수정과 쉐이크는 아토믹스에서 외국인들이 즐기던 후식 메뉴에서 착안했다.
그는 “한식이 좋은 재료를 건강하게 활용하는 지혜를 개인적으로 해석해 그 자리에서 조달할 수 있는 최선의 재료로 풀어내는 데 중점을 둔다”며 “아토믹스와 쉐이크쉑 정체성 모두를 살리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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