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인사이드] '역대 최대 배임' 불명예 롯데카드…매각에도 초대형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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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게 금융권 직원들의 횡령과 같은 금전 사고 소식이죠.
'자고 일어나면 비리가 벌어진다'는 웃지 못할 말까지 나왔는데 은행에 이어 이번에는 카드사에서도 사고가 터졌습니다.
롯데카드 직원 2명이 협력업체와 짜고 회삿돈을 빼돌린 건데 그 규모가 카드업계에서 벌어진 사고 중 역대 최대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순탄하지 않다고 평가받던 매각 작업에도 초대형 악재로 등장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금융부 류정현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류 기자, 우선 롯데카드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기자]
금융감독원은 최근 롯데카드에서 위법이 벌어진 정황을 발견하고 현장 검사를 진행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습니다.
검사 결과 롯데카드 직원 2명과 협력업체 대표의 업무상 배임 혐의가 포착돼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는데요.
해당 직원들은 한 협력업체와 카드의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여기에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계약서를 뜯어보니 일단 어떤 프로모션을 제공하겠다는 건지 그 자체가 불분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카드 고객이 A카드로 얼마 이상을 쓰면 얼마짜리 쿠폰을 준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명확하게 적혀있지 않았던 겁니다.
게다가 보통 카드 고객이 이런 혜택을 받으려면 전월 실적이라는 걸 달성해야 하는데 이를 확인하는 절차나 수단이 따로 없었고요.
롯데카드는 카드발급 회원당 1년에 1만 6천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가정하고 이를 일괄적으로 선지급해 버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지난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34번에 걸쳐 모두 105억 원이 협력업체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이 중 롯데카드 직원 2명은 66억 원을 페이퍼컴퍼니나 가족회사를 통해 빼내 부동산 개발 투자에 쓰거나 자동차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금감원은 이 66억 원 외에도 부당하게 사용한 금액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내부 관리가 너무 허술했네요. 롯데카드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롯데카드는 직원 개인의 일탈이며 사건을 인지하고 금감원에 먼저 알렸다고 밝혔습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제보를 받고 자체 감사를 진행해 관련 사실을 금융당국에 보고했고 경찰에 수사도 의뢰했다"며 "현재 수사 중인 사안으로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다만 위탁업체를 선정하고 계약하는 등의 과정에서 수년 동안 문제를 찾지 못했다는 점에서 내부통제 실패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국은 본래 카드 제휴 서비스는 카드사가 직접 관리하고 통제하는 게 일반적인데 롯데카드는 외부 업체에 일괄적으로 위탁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것도 입찰 담당 부서가 아니라 문제의 직원들이 있던 마케팅팀이 직접 진행했고요.
당연히 입찰 설명회 같은 건 열리지 않았고 입찰 조건과 평가자도 임의로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금감원은 검찰 수사와 별개로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을 엄정 조치한다는 방침인데요.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와 경영진을 대상으로 사고 발생 경위, 반성해야 할 점, 재발방지 대책 등을 담은 확약서를 요구했습니다.
아울러 모든 카드사를 대상으로 유사 사례가 있는지 자체 점검 후 특이 사항을 보고 하도록 했습니다.
[앵커]
롯데카드는 지금 매각을 추진 중이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겠어요?
[기자]
일단 카드업계에서 이 정도 규모의 금융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흔하지 않습니다.
카드사 중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배임이라는 불명예 꼬리표도 따라붙게 됐는데요. 그렇지 않아도 금융사는 기업 이미지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 롯데카드를 인수하려는 입장에서 이런 꼬리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이번 사고가 인수 여부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더라도 매각 조건을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지용 /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 : "내부 통제가 사실 좋지 않다고 이렇게 평가할 수도 있는데 인수 가격 설정할 때 좀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거든요. 인수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부 통제의 문제점을 근거로 삼아서 가격을 좀 깎으려고 하는 요인들은 될 수가 있겠죠.]
또한 금감원이 대대적으로 롯데카드의 내부통제를 지적한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 전사적인 차원에서 힘을 쏟아야 하는데요.
주요 경영진이 이 대책 마련에 몰두하려면 기존보다 매각 작업에 쏟을 여력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매각 전망 그리 밝지 않았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롯데카드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중순부터 매각에 착수했지만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카드업 업황도 부진한 데다가 롯데카드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롯데카드는 자회사였던 로카모빌리티를 떼어내 매각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왔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실적도 그리 좋지 않습니다.
롯데카드의 올해 상반기 로카모빌리티 매각 이익을 제외한 순이익은 1천79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0% 가까이 뒷걸음질 쳤습니다.
6월 말 기준 연체율도 1.36%를 기록하면서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더군다나 최근 금융권 부실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PF대출잔액도 약 1조 5천억 원으로 영업자산의 8.2%를 차지하는데요.
2020년 말과 비교했을 때 6.7배가량 늘어난 수치입니다.
안 그래도 롯데카드의 수익성과 성장성에 물음표가 찍히는 상황이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초대형 금융사고마저 터지면서 더욱 어려운 형국을 자초한 셈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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