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어떡해, 언론개혁 해야지 [나는 왜 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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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희 |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감시팀 활동가야심차게 시작한 일이었다.
방향을 틀어 언론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갈 단체를 찾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일하게 됐다.
전부터 대중과 언론이 그를 소비하는 방식에 불편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성 연예인을 기사 재료로만 보는 언론에 문제를 제기하자고 그전에 왜 나서지 못했는지 후회가 됐다.
그뒤로 여성·인권과 관련됐거나 과도하게 상업화된 언론의 문제는 내 일이라는 생각으로 자세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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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NGO]
조선희 |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감시팀 활동가야심차게 시작한 일이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기자를 준비하며 ‘자칭 1등 신문’, ‘70년대 1등 신문’, ‘1등 경제신문’을 매일 자세히 읽었다. 그런데 기사들을 읽을수록 이대로 기자가 되면 내가 원하던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방해가 되겠다 싶었다. 방향을 틀어 언론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갈 단체를 찾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일하게 됐다. 그런데 글 하나로 바뀌는 세상은 전혀 아니었고 좌절의 시간은 찰나의 보람보다 잦았다. 그렇게 버틴 지 5년이 다 돼 간다.
‘늦은 보고서를 반성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진심을 담은 제목이었다. 2019년 10월 가수 겸 배우 설리 씨가 악플 논란 속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난 뒤였다. 같은 여성으로서, 케이팝 팬으로서 그의 선택에 엄청난 책임감을 느꼈다. 전부터 대중과 언론이 그를 소비하는 방식에 불편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성 연예인을 기사 재료로만 보는 언론에 문제를 제기하자고 그전에 왜 나서지 못했는지 후회가 됐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언론이 그를 얼마나 선정적으로 다뤘고 또 돌연변이 취급했는지 모니터링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뒤로 여성·인권과 관련됐거나 과도하게 상업화된 언론의 문제는 내 일이라는 생각으로 자세히 살폈다.
그러다 보니 설리씨 보고서를 낸 이후에도 비슷한 보고서를 더 많이 써야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극적인 사건을 훔쳐온 기사나, 사건사고를 선정적으로 묘사하는 기사 등의 문제는 자주 반복됐다. 댓돌을 뚫는 낙숫물의 마음으로 보고서를 쓰고 또 썼다.
민언련이 보고서만 쓰는 단체는 아니다. 언론을 감시·견제하는 시민단체로 여러 일을 하는데 제일 널리 알려진 활동이 ‘모니터링 보고서’ 발간이다. 일반적으론 신문사·방송사 등 레거시 미디어의 기사를 대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유튜브나 포털, 필요할 땐 인터넷커뮤니티나 포털 뉴스 댓글 창을 모니터링할 때도 있다. 언론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미디어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생긴 변화다.
할 일이 많으니 이전에 손댄 문제가 얼른얼른 해결되면 좋겠지만 언론은 잘 바뀌지 않는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건 작은 변화다. 지난해 ‘인하대생 추락 사망 사건’ 당시 언론은 이전에도 그랬듯이 기사에 선정적이고 성차별적인 표현을 쓰고 있었다. 이를 지적하는 보고서를 쓰기 위해 모니터링하는데 대부분 언론이 ‘나체로’ ‘여대생’ 같은 표현들을 사용해 기사를 작성했는데, 그렇지 않은 기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부 사정은 모르지만 사건의 본질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나쁜 표현’을 쓰지 말라는 우리의 지적을 고민해준 기자들이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티끌이나마 빚을 갚는 기분이었다.
에스엔에스(SNS)에서 널리 퍼진 ‘어떻게든 해내는 여성들 모음.zip’이란 영상 모음집이 있다. 각자 이런저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해야지’를 외치는 여성 연예인 모음 영상들이다. 가수 태연도, 배우 박은빈도 외친다. 그렇지만 해내야지! 그래도 해야지! 나 또한 그렇다.
기사를 보고 문제를 지적하는 모니터링은 어쩔 수 없이 사후약방문 성격을 띤다. 자연스럽게 매일 빚지고 매일 다짐한다. 보고서가 늦어서 죄송하다고, 더 많이 관심 갖겠다고. 비슷한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언론 참 안 바뀐다 싶어 ‘현타’가 오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지켜내겠단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서 오늘도 다짐한다. 그래도 어떡해, 언론개혁 해야지!
‘각자도생의 시대 나는 왜 공익활동의 길을 선택했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보람을 느끼고 있는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투고(opinion@hani.co.kr)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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