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은 반란죄로 암살된 게 아니다”

박은하 기자 2023. 9. 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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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린폴리시, 러시아 전문가 글 소개
“아프리카 광산 이권 다툼이 원인”
“푸틴이 반란은 용서, 이권은 불가”
바그너 그룹 군사 회사의 소유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서 카메라를 향해 말하고 있다. 2023년 8월 21일 바그너그룹 텔레그램 채널이 공개한 영상 화면.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의문의 죽음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때를 기다린 복수’가 아니라 ‘아프리카 광산 이권’을 둘러싼 암투가 배경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외교전문잡지 포린폴리시는 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전문가 드미트리 알페로비치의 ‘프리고진의 암살은 복수가 아니라 사업이었다’는 제목의 을 게재했다.

알페로비치는 이 글에서 “프리고진이 방심하도록 푸틴이 두 달 동안 기다렸다는 설명은 비논리적”이라며 “푸틴은 프리고진의 신변보장 약속을 언제든 철회할 수 있었고 이는 비용도 들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정말로 한 번은 프리고진을 용서했을 것”이라면서, 프리고진은 군사반란 이후 바그너 그룹의 아프리카 광산 이권을 내놓지 않으려다 암살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은 군사 반란 두 달 만인 지난달 23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비행기 추락 원인은 내부 폭발로 추정된다. 앞서 푸틴 대통령에게 도전했던 러시아 인사들이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았다는 점에서 프리고진 역시 무장 반란에 대한 복수로 암살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프리고진, 반란 후 두 달간 ‘데드 맨 워킹’? “푸틴, 때를 기다렸다”
     https://m.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308241446001#c2b

알페로비치는 프리고진이 군사 반란을 일으킨 뒤에도 공개 행보를 해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프리고진은 반란 닷새 만에 바그너 지휘부와 함께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이후에도 그는 바그너 그룹 본사가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수시로 목격됐다. 지난 7월 말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몇몇 러시아 고위 인사들이 프리고진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 것도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전직 푸틴 ​​경호원이자 후임 국방장관으로도 거론되는 알렉세이 두민, 체첸 수장 람잔 카디로프 등이 대표적이다. 프리고진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서 숙청됐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알페로비치는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이 용서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푸틴의 권력에 도전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바그너 병력을 해체해 러시아군 휘하로 흡수하려 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겨냥한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무장 반란 이후 바그너 그룹이 보유한 중무기를 러시아군에 반환토록 하고, 미국 대선에 개입한 ‘댓글 부대’를 비롯 미디어 선전 조직을 폐쇄했다. 국방부와의 급식계약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너 그룹의 아프리카 이권도 러시아 정보기관인 GRU와 당국이 직접 통제하는 민간군사기업이 흡수하려 했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아프리카 이권 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바그너 그룹은 지난 10년 동안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단, 모잠비크, 리비아, 차드에 군사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금·다이아몬드·석유·가스 등 자원 이권을 확보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그는 수단의 다르푸르 송고 광산에서 금을 가져온 수단 연합군 사령관들에게 “금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페로비치는 “프리고진이 이런 노력만으로 40억달러 상당의 금을 축적했다는 말을 우크라이나 관리들에게서 들었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은 사망 이틀 전 텔레그램에 공개한 동영상에서 “바그너 그룹은 아프리카 지도자들에 대한 지원을 계속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니제르 쿠데타 지지 성명도 냈다. 이는 러시아를 위한 전략 수행이 아니라 러시아에 맞서 사업 이권을 지키려는 행보였다는 것이다.

알페로비치는 “군사반란의 전 과정이 러시아 엘리트 사이의 사업 분쟁이었다”며 “러시아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푸틴의 권력도 언젠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 [사이월드] ‘바그너 그룹’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민간군사기업의 역사
     https://m.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07031745021#c2b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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