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심에 여고 동창생과 두 자녀까지 살해…"난 비참한데 넌 왜 행복해"

[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질투심에 여고 동창생과 그의 자녀들까지 살해한 여성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지난 6일 KBS 2TV 범죄 토크 프로그램 '과학수사대 스모킹 건'은 '거여동 여고 동창생 살인사건'을 다뤘다.

지난 2003년 12월 29일 경찰서에 아내와 어린 두 자녀가 모두 사망해 있다는 남성의 신고가 들어왔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송파구 거여동의 한 아파트로, 사망 현장에는 낯선 이의 지문, 족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고 외부 침입의 흔적도 없었다.

지난 6일 KBS 2TV 범죄 토크 프로그램 ‘과학수사대 스모킹 건’에서는 거여동 여고 동창생 살인사건’을 다뤘다. [사진=KBS2 과학수사대 스모킹건 방송화면 캡처]

피해자 A씨는 빨랫줄에 목을 맨 채로 발견되었고 반항흔이 없어 타살 혐의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에 경찰은 A씨가 두 자녀를 살해한 뒤 자살한 쪽으로 무게를 뒀다.

하지만 아이들의 시신이 그대로 방치된 것을 보고 경찰은 의심을 품었다. 또 A씨의 손에서 1.5cm 가량의 종잇조각이 발견됐는데, 보통 자살이면 손에 힘이 풀어지지만 A씨는 안간힘을 써 종이를 꼭 쥐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 경찰은 타살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시작했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김진영 검시조사관은 "A씨의 사인은 목졸림으로 인한 질식사였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삭흔, 즉 끈이 목 부위를 압박하며 피부에 형성된 흔적으로 추정한다. 먼저 죽을 의지가 없는 사람이 살해될 때는 몸을 바둥거리는 움직임이 있고 목과 끈 사이에 손을 넣어 끈을 빼내려는 시도를 한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남편 B씨가 의심을 받았으나, B씨는 사망 추정시간에 회사에서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고, 경찰 수사 도중 아내 A씨의 자살을 부정하며 죽음의 원인을 밝혀달라고 강력히 요구해 용의선상에서 제외됐다.

또 다른 용의자는 A씨의 여고 동창생 C씨로, 고교 시절 절친이었던 두 사람은 연락이 끊겼다가 인터넷 동창 찾기 사이트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후 C씨는 A씨의 집을 일주일에 서너 번씩 방문하며 친하게 지냈다.

A씨가 가족들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 친구 C씨도 함께 있었는데 C씨는 사건 당일 A씨와 아이들을 본 최후의 목격자였다. 이후 C씨는 수사 과정에서 강력 용의자로 지목됐다. 경찰은 C씨가 조사 내내 옷소매로 손을 가리고 있어 손을 살펴보았더니 손에 가늘고 기다란 상처가 있었다며, A씨를 살해할 때 생긴 상처로 보여졌다고 전했다.

경찰 취조실에서 C씨는 "걔가 학교다닐 때 얼마나 별 볼일 없었는지 아냐? 내가 걔보다 못 한 게 없는데 나보다 행복하다. 그게 부러웠다. 걔네 집 갈 때마다 소외감을 느꼈다. 뒤에서 나를 무시했다. 시댁에 내 흉도 봤다. 나는 이렇게 비참한데 걔는 왜 행복해야 하냐"라고 말했다.

C씨는 가족들과 떨어져 반지하 자취방에서 혼자 어렵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고교 시절 자신보다 못했던 A씨가 자신보다 나은 상황이 되자 이것을 질투해 범행을 저질렀다.

질투하면서도 계속 A씨를 만났던 C씨는 점점 질투가 심해져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졌다. 또 C씨는 불우했던 가정과 아버지의 외도가 콤플렉스였는데, 자신도 결국 A씨의 남편과 불륜을 저질렀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성은 하지 않고 분노에 가득 차 살인을 결심했다.

현재 C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년째 복역 중이다. 이에 유성호 법의학자는 "원래 이 정도 범죄면 사형판결을 받기 마련인데 재판부는 C씨의 우울증과 B씨와의 내연 관계를 정상 참작 사유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과학수사대 스모킹 건'은 과학 수사 토크 프로그램으로, 매주 수요일 밤 9시 45분에 방송된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