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땅으로 내려온 이유…"팔·어깨 진화한 덕분"

문세영 기자 2023. 9. 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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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오랑우탄 등 영장류는 나무 위에 머물기를 좋아하지만 인류는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와 생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무와 땅을 오가는 단계를 거쳤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때 나무와 땅을 안전하고 빠르게 오갈 수 있도록 어깨와 팔꿈치 구조가 진화했다는 연구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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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다트머스대
침팬지(a, b)가 검댕망가베이(c, d)보다 나무를 내려올 때 팔을 더 쭉 뻗는 등 넓은 관절 사용 범위를 보이고 있다. Royal Society Open Science 제공.

원숭이, 오랑우탄 등 영장류는 나무 위에 머물기를 좋아하지만 인류는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와 생활하고 있다. 인간이 땅으로 내려올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팔과 어깨의 진화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인간은 나무에서 내려와 직립보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 과정에서 나무와 땅을 오가는 단계를 거쳤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때 나무와 땅을 안전하고 빠르게 오갈 수 있도록 어깨와 팔꿈치 구조가 진화했다는 연구결과다. 

나다니엘 도미니 미국 다트머스대 인류학과 교수 연구팀은 두 유인원을 비교해 나무를 내려오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밝힌 논문을 6일 국제학술지 ‘로얄 소사이어티 오픈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수백만 년 전 영장류는 나무 위에 오르는 생활을 택했다. 먹이를 찾거나, 포식자를 피하거나, 그늘을 찾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인류 조상은 땅에서 먹이를 찾기 위해 나무에서 내려오는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능력이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인원과 인류 조상은 원래 나무에 머물렀기 때문에 중력의 영향으로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유연한 어깨와 팔꿈치 관절이 발달했다. 어깨와 팔꿈치 관절이 미세한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동장치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인원별로 나무를 내려오는 방식에 차이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인간과 공통조상에서 분리된 영장류인 침팬지와 아프리카에 사는 원숭이인 검댕망가베이가 동일한 방식으로 나무를 오르지만, 내려오는 방식은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운동선수들의 움직임을 분석하는데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두 유인원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나무를 내려올 때 침팬지는 어깨 관절을 14도 더 굽히고, 팔꿈치 관절은 34도 더 넓게 뻗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망가베이는 나무를 올라가는 방식과 비슷하게 팔 각도를 유지한 채로 내려오는 반면, 침팬지는 가능한 빨리 내려가기 위해 움직임의 범위를 보다 넓게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두 유인원의 해부학적 차이와도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망가베이는 서양배 모양의 어깨 관절을 가진 반면, 침팬지는 공과 소켓 모양을 가졌으며 이를 통해 팔꿈치 관절이 더 넓게 움직인다. 인간의 어깨와 팔꿈치는 침팬지와 같은 해부학적 구조를 갖고 있다. 

연구팀은 인류가 나무에서 생활하다가 이족보행을 하는 사냥꾼이 될 때까지 침팬지처럼 나무를 보다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특징을 지녔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영장류 간의 해부학적 차이와 움직임 등을 분석하는 이러한 연구는 인류의 조상이 직립보행을 하고 도구를 나르는 등의 활동을 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비밀을 점진적으로 파헤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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