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앤팩트] "한중일→한일중, 가치·자유연대 기반"...尹 정부의 '외교 밀당'

조은지 2023. 9. 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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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6일) 동북아 3국을 지칭하면서 '한중일' 대신 '한일중'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윤 대통령이 공개 자리에서 이 순서로 발언한 건 사실상 처음인데, 가치와 자유연대를 기반으로 하는 현 정부의 외교 철학이 담겼다는 평가입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취재기자 연결해 알아봅니다, 조은지 기자!

[기자]

용산 대통령실입니다.

[앵커]

외교무대에서는 다른 나라 이름을 부르는 '순서'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수십 명 정상이 듣는 자리에서 나온 거죠?

[기자]

어제(6일) 아세안+3, 즉 동남아국가연합과 한일중 정상회의 때 모두발언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중국 리창 총리 사이에 앉아,

한일중, 3국의 협력이 활성화돼야 한다, 그게 아세안+3 협력의 새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에 던진 유화 메시지로 꼽히기도 했던 어제 발언,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아세안+3 정상회의 모두발언·어제) : 아세안+3 발전의 근간이 되는 한국, 일본, 중국 3국 협력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이른 시일 내에 한일중 정상회의를 비롯한 3국 간 협력 메커니즘을 재개하기 위해 일본, 중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가고자 합니다.]

윤 대통령이 한국에 이어 일본과 중국 순서로 언급한 건 사실상 처음입니다.

'사실상'이라는 말을 붙인 건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국무회의 때 한 차례 '한일중'을 말한 적이 있기 때문인데요.

당시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한일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한 윤 대통령은, 이게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한일중'을 거론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윤석열 / 대통령 (국무회의·3월 21일) : 동북아 역내 대화와 협력 활성화를 위해 한일중 3국 정상회의 재가동을 위해 (기시다 일본 총리와) 함께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윤 대통령이 3월에도 이미 언급했다면, 이번에 특히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건 왜 그렇습니까?

[기자]

당시 윤 대통령 발언의 핵심은 3국 정상회의를 위해 노력하자는 말이었죠, 이 회의를 부르는 국내 공식 용어가 '한일중 정상회의'입니다.

윤 대통령이 당시 '한일중'을 언급한 건 일본을 앞 순서에 배치했다기보다는 회의 공식 용어를 부른 것으로 이해할 측면이 있습니다.

동북아 3국 정상회의는 지난 1999년 아세안+3를 계기로 처음 열렸고, 지난 2008년부터는 세 나라가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고 별도 개최하는 것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08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처음 열렸고, 이듬해 중국 베이징, 2010년엔 우리나라 제주도로 이어졌고요.

이후에도 이 순서에 따라 일본과 중국, 한국 순으로 의장국을 맡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자국을 먼저 칭하는 외교 관례와 의장국 순번을 고려해, 한일중 정상회의라는 이름을 쭉 써왔습니다.

실제 전임 대통령들도 3국 회의 땐 한일중 순서로 언급했습니다.

[문재인 / 前 대통령 (지난 2018년·도쿄) : 한일중 3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임을 느낍니다. 앞으로 정상회의가 흔들림 없이 정례적으로 개최됨으로써 3국 관계의 발전에 든든한 기반이 되길 바랍니다.]

[박근혜 / 前 대통령 (지난 2015년·서울) :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서 방한하여 주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님과 리커창 중국 총리님께 감사드립니다.]

다만, 이전 정부들과 달리, 윤 대통령은 정상회의를 거론한 것을 넘어, 3국 협력을 말하면서도 일본을 중국 앞에 뒀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앵커]

그동안 통상 '한중일'이라고 써와서 생소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그럼, 계속 이렇게 호칭하는 겁니까?

[기자]

앞으로도 일본을 먼저 거론하는 윤석열 정부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정부의 외교·안보 비전과 기조를 총망라한 국가 최상위 문서로 지난 6월 발간된 '국가안보전략'에 이미 중국보다 일본이 앞서 표기돼 있습니다.

역대 정부와 달리, 이 정부에서 처음 일본을 앞세운 건데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시 동맹과 우방국 순서로 기술하는 게 관례라면서, 윤석열 정부는 법치와 헌법, 자유 등 가치 지향점에서 더 가까운 나라를 먼저 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한일중 언급이 처음 나온 어제는, 이 정부 들어 가치와 자유연대를 기초로 미국, 일본과 긴밀한 기술·정보·안보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정부는 미북 회담, 일중 관계로 부른다고 부연했습니다.

일본과 가까워진 관계를 강조하고, 중국에 협력을 요청하기 위한, 일종의 외교 밀고 당기기인 셈입니다.

다만, '한중일' 표현이 이미 하나의 고유 명사처럼 굳어진 데다, 과거사 문제 등 국민감정 측면에서 일본을 앞세우는 것에 대한 반감도 일부 있는 게 현실입니다.

외교부와 문체부가 여전히 '한중일'을 쓰는 등 부처도 통일된 상황은 아닌데요,

국내 여론은 어떻게 반응할지, 또 국제사회에서 이 '밀당'이 얼마나 통할지 아직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용산 대통령실에서 YTN 조은지입니다.

YTN 조은지 (zone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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