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뺀다고 좋아했는데”…비만치료제 부작용 급증 ‘걱정되네’
비만치료제와 관련된 약물 부작용(ADE)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부작용의 원인이 되는 비만치료제는 ‘이오나민(펜터민)’이 가장 많았고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가 그 뒤를 이었다.
최여진 경희대 약대 규제과학과 교수와 최창영 아주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공동연구팀은 한국 유해사례신고시스템 데이터베이스(KIDS-KD)에 자발적으로 보고된 부작용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보건학회(ISOGH)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글로벌 건강(Journal of global health)’에 최근 게재됐다.
비만은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건강 문제로, 6억5000만명 이상의 성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특히 ▲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관상동맥질환 ▲위장질환 ▲암 ▲신장질환 발병률을 급격히 올려 건강관리시스템에 상당한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위험을 높인다.
특히 비만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약물은 항상 부작용 문제로 안전성 우려와 장기사용의 어려움이 동반됐다. 실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후 시판된 비만치료제 25가지의 판매가 중단됐으며, 대다수에서 심장마비나 뇌출혈 같은 심뇌혈관계질환과 자살충동‧중독‧환청‧환각 같은 정신질환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졌기 때문.
연구팀은 비만치료제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데이터를 활용한 포괄적인 약물감시 조사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2010년 1월~2019년 12월 KIDS-KD에 보고된 비만치료제의 부작용 사례를 조사‧분석했다.
KIDS-KD에 제출된 모든 부작용 사례 보고서는 한국의약품안전위험원에서 임명한 여러 의료 전문가의 추가검증을 거쳐 신뢰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연구팀은 분석에 국제질병분류에 따라 ‘과체중‧비만(E66)’과 ‘비정상적인 체중증가(E63.5)’로 처방 받은 비만치료제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 사례만 포함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추가검증을 통해 ▲확실함 ▲가능성 있음 ▲가능한 인과관계 있음으로 판명된 부작용 사례에 대한 추가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비만치료제와 관련된 부작용 사례가 크게 급증했음이 밝혀졌다. 펜터민 복용 후 부작용이 가장 많았고 리라글루타이드가 뒤를 이었다. 리라글루타이드는 2017년 FDA 허가를 받은 제품으로, 부작용 대부분이 2019년 1년 동안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약 10년 동안 비만치료제로 인해 유발된 부작용 사례는 1만3766건이며, 이 가운데 약 30%인 4168건이 인과관계가 확실하거나 가능성이 확인돼 추가분석에 포함됐다. 4168건 중 펜터민이 약 33.2%(1385건)로 가장 많았고, 리라글루타이드가 약 27.7%(1155건)다.
리라글루타이드 부작용 사례는 전신장애가 339건으로 가장 많았고 ▲위장관계장애 338건 ▲피부‧부속기관장애 116건 ▲중추‧말초 신경장애 76건 ▲정신장애 36건 등으로 나타났다. 또 펜터민 부작용 사례는 정신장애가 428건으로 가장 많았고 ▲위장관계장애 378건 ▲중추‧말초 신경장애 212건 ▲심장장애 129건 ▲피부‧부속기관장애 77건 ▲전신장애 57건 등이 발생했다.
심각한 부작용(SAE)은 105건이 발생했다. SAE를 유발한 비만치료제는 펜터민과 리라글루타이드가 각각 28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에서 비만치료제로 인해 유발된 부작용 사례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추가 약물감시조사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특히 심각한 부작용 사례 대부분은 2~3가지 비만치료제를 동시에 사용하는 이중 또는 삼중약제 요법이나 신경계에 작용하는 플루옥세틴 병용요법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추가연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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