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대선 뒤 ‘파인애플’ 열풍 분 까닭은

싱가포르 대통령에 인도계인 타르만 샨무가라트남(66) 전 부총리가 당선되며 싱가포르에 때아닌 파인애플 열풍이 불고 있다. 타르만 당선자의 대선 심볼이 파인애플이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선거법에 따르면 대선 및 총선 등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는 자신을 대표할 심볼을 선택해 선거 기간 시작 전 선거관리국에 등록해야 한다. 이 심볼은 선거 날 유권자들이 투표할 때 쓰는 선거용지에 후보자 이름과 같이 새겨진다. 인종적·종교적 의미를 가진 심볼은 쓸 수 없다.
이는 싱가포르가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영어·중국어·말레이시아어·타밀어 등 여러 언어가 공용어로 쓰이는 만큼 유권자가 후보자의 이름을 헷갈려 투표용지에 오기(誤記)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것이다. 고령 유권자들이 투표용지에 인쇄된 글자를 착각해 잘 못 투표하는 일도 방지한다.

지난 싱가포르 대선에서는 후보 1번인 응 콕 송은 하트 모양이 그려진 손바닥을, 2번인 타르만은 파인애플, 3번인 탄 킨 리안은 4명의 사람이 꽃을 떠받드는 모양을 심볼로 이용했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들 이름 대신 ‘손바닥 후보’ ‘파인애플 후보’ 등으로 불리는 일이 많다고 한다.
현지 매체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은 직관적이고 친숙한 심볼을 쓴 타르만의 ‘비밀 무기’ 전략이 먹혔다고 평가하고 있다. 선거 기간 타르만의 유세장에는 항상 파인애플이 따라다녔다. 그가 가는 곳마다 파인애플이 놓였으며 시민들과 파인애플을 선물로 주고받는 장면이 유권자들 머리에 각인됐다는 것이다. 지지자들이 파인애플이 그려진 티셔츠와 가방, 모자 등을 쓰고 다니며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공유하는 일종의 캐릭터 놀이로 발전하기도 했다.
파인애플은 중국 방언인 민남어로 ‘옹 라이(Ong Lai)’라고 불리는데, ‘행운이 다가온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개업할 시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고사를 지내며 행운을 비는 풍습이 있는 것처럼 중국 민남 지역에서는 파인애플을 올려놓고 고사를 지낸다. 인도계인 타르만이 싱가포르의 화교 유권자를 겨냥해 내놓은 심볼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타르만은 지난 1일 치러진 대선에서 70.4% 득표율로 선출됐다. 의원내각제인 싱가포르에서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국가 통합을 추진하는 상징적인 자리다. 타르만이 당선되고 난 뒤 각종 업체가 앞다퉈 파인애플 관련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선거 운동 기간인 지난 8월 한 달간 싱가포르 내 파인애플 판매량이 전달 대비 약 15% 증가했는데, 그의 당선 이후 판매량이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볼이 가진 힘 때문에 싱가포르 선거 후보자들은 자신을 표현할 심볼을 잘 고르는 것을 가장 중요한 선거 전략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지금껏 싱가포르 선거에서는 코뿔소, 고래, 말, 헬리콥터, 등대, 노트북, 손전등 등 다양한 심볼이 선거에 쓰였다. 싱가포르 현지 매체는 “타르만의 전략 성공으로 앞으로 과일이 선거 심볼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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