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에 '열화우라늄탄' 지원…탱크 관통 위력에 논란도[줌워드]

박재하 기자 2023. 9. 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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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갑탄 2배 관통력…대전차 무기로 매우 효과적
방사성 먼지 발생해 신체·환경에 악영향 우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전선에서 병사가 탱크를 타고 러시아 군을 향해 진격을 하고 있다. 2023.7.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미국이 최근 반격에 탄력이 붙은 우크라이나에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열화우라늄탄'을 지원한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기존 철갑탄보다 관통력이 뛰어나 러시아 전차를 상대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방사성 물질이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탓에 논란도 적지 않다.

◇철갑탄보다 2배 강력한 관통력

열화우라늄탄은 원전연료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열화(劣化)우라늄을 탄두로 사용해 만드는 전차 포탄이다.

천연우라늄을 원전연료나 핵무기로 사용하려면 먼저 농축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핵분열물질인 우라늄 235를 제외하고 생기는 찌꺼기가 바로 열화우라늄이다.

열화우라늄의 무게(비중)는 납보다 1.7배나 무겁다. 이때문에 같은 무게의 탄환을 작게 만들어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어 탄환의 속도도 빠르고 사정거리도 길다.

특히 큰 비중 덕에 전차와 장갑차 등을 쉽게 뚫을 정도로 관통력이 철갑탄보다 2배 높아 대전차용 탄환으로 효과적이다.

1991년 걸프전쟁에서 미군은 처음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해 전차 1200여 대를 파괴하는 전과를 올렸다.

1998년 코소보사태 당시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3만1000발 이상의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했다.

미국은 현재 러시아의 1차 방어선을 돌파한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힘을 더 실어주기 위해 고심끝에 열화우라늄탄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전선에서 병사가 러시아 군을 향해 탱크를 발포하고 있다. 2023.7.7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끊이지 않는 논란

열화우라늄탄은 공식적으로 핵무기는 아니다. 하지만 표적과 충돌해 폭발하는 과정에서 방사성 먼지를 만들어 내 인체와 환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1991년 걸프전쟁에서 미군은 처음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해 전차 1200여 대를 파괴하는 전과를 올렸지만 걸프전에 참전한 군인들 사이에서는 '걸프전 증후군'이라고 하는 정체불명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이들은 만성피로, 피부 발진, 신경마비, 호흡장애 등 갖가지 질환에 시달렸고 참전군인의 2세들도 선천성 기형, 면역결핍 등의 결함을 갖고 태어나는 사례도 많았다.

참전군인들은 걸프전 증후군이 열화우라늄탄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미국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코소보사태 당시에도 걸프전 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군인들이 많았다.

이에 유엔은 열화우라늄탄의 영향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고 유엔원자력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UNSCEAR)는 열화우라늄 노출로 인한 심각한 중독 증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열화우라늄탄 파편을 다루는 사람에게 방사선 노출 위험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열화우라늄탄 사용 가능성을 우려하며 "피부 자극, 신부전, 암 발병 위험 증가"를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열화우라늄탄에서 나온 방사성 먼지는 화학적 독성이 매우 강해 토양과 지하수도 오염시킬 수 있어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바흐무트에서 병사가 러시아 군을 향해 탈취한 T-80 탱크를 발사하고 있다. 2023.6.20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러 "열화우라늄탄은 더티밤" 반발

이에 러시아는 열화우라늄탄을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더티 밤'(dirty bomb·더러운 폭탄)이라 부르며 서방의 지원 추진에 반대해 왔다.

앞서 지난 3월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탄을 보내기로 하자 러시아는 "핵 충돌을 부추긴다"며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

하지만 영국은 열화우라늄탄이 개인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낮다며 러시아 주장을 일축했다.

이번 미국 발표에도 러시아는 "열화우라늄탄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기로 한 미국 행정부의 결정은 미국의 비인간성을 나타낸다(indicator of inhumanity)"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에 한 미국 관리는 폴리티코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자국 전차를 상대하는 데 효과적인 탄약을 가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러시아가 이 사실에 문제가 있다면 우크라이나에서 탱크를 철수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한편 미국은 반인도주의적이라는 이유에서 120여개국이 사용을 금지한 집속탄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바 있다.

집속탄은 폭탄 안에 수백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 있는 대량 살상무기다. 집속탄은 목표물만 타격하지 않고, 폭탄이 해당 지역에 분산돼 장갑차 뿐만 아니라 벙커 까지 폭파할 위력을 갖추고 있다.

인구 밀집 지역에서 사용할 때 민간인 사상자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등 가공할 살상 능력과 높은 불발탄 비율 때문에 국제 협약으로 사용이 금지돼 있다. 다만 러시아와 미국, 중국 등은 해당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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