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장관이 어딨나”…난타 당한 이종섭, 의혹 더 커졌다
군 검찰이 작성한 박정훈 구속영장 청구서에도 이 장관 지시사항 적시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수사기관이 주체라고 했지 여기 장관이 어딨고, 사령관이 어딨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故)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한 국방부의 해명이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외압이나 수사 개입을 전면 부인해 온 이종섭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혐의 적용 관련 지시가 있었음을 자인한 꼴이 됐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구속영장에도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은 더 확산할 전망이다.
6일 진행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개입 의혹과 관련해 이 장관을 상대로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박 의원은 먼저 이 장관에게 개정된 군사법원법 취지와 그 세부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를 파고 들었다. 2021년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 사건 당시 군사경찰의 수사 은폐·축소가 논란이 일면서 개정된 군사법원법에는 범죄 혐의점이 있는 군내 사망 사건의 경우 군 관련 수사기관이 아닌 민간 경찰에서 수사하도록 하고 있다.
박 의원은 "(해당 법안 취지는) 군에서의 (수사) 개입을 배제하겠다. 특히 지휘부 간섭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군내 사망 사건에) 범죄 사실이 있다는 것을 (수사단이) 알게 되면 바로 딱 신속하게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죄 사실을 아는 주체는 수사단"이라며 "여기(법 조항에) 장관이 어딨나. 여기 사령관이 어딨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장관이 "장관이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다"고 하자 박 의원은 "그렇지 않다. 그건 수사권한이 군사경찰이나 군 검찰에 있을 때지 사망 사건에는 군에 관여권이 없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거듭 "(장관이) 어떤 지시나 판단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이 장관을 향해 "왜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결과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했나"고 물었다.
이 장관은 "(채 상병 사망 당시) 지휘 관계에 있는 8명 전부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했기 때문에"라고 답했고, 박 의원은 "그게 (수사 내용에) 관여한 게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박 의원은 "8명 문제 있다고 수사관이 알아서 하려했더니 '멈춰, 8명 다 하는건 문제 있어' 이게 내용에 관여한 게 아닌가. 결과적으로 내용(해병대 수사단이 제출한 보고서와 최종 경찰로 이첩된 보고서)도 바뀌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제가 내용을 알아보고 누굴 (혐의에서) 넣어라 빼라 지침준 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 장관 해명에 "방금 얘기했지 않았나. 안되는 걸(수사개입) 한 것"이라며 "장관 스스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몰아세웠고 이 장관은 잠시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박정훈 구속영장에 "혐의자 특정 말라" 국방장관 지시사항 담겨
국방부는 박 대령 구속영장 청구서에 담긴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면서 입장이 더 곤혹스러워 졌다.
지난달 30일 국방부 검찰단이 군사법원에 제출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해병대부사령관이 이 장관으로부터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아왔다는 해병대사령관 진술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영장 청구서에는 7월31일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 관련 언론 브리핑 취소 직후 '해병대부사령관이 오후 2시10분경 국방부에 들어가 우즈베키스탄 출장 직전이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이첩보류' 등 지시를 받고 해병대사령부로 복귀했다'고 적혔다.
정종범 해병대부사령관은 같은 날 오후 4시께 해병대사령부 회의실에서 해병대사령관, 해병대사령부참모장, 공보정훈실장, 비서실장, 정책실장, 박 전 단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국방부 장관의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영장청구서 7쪽에는 '부사령관이 장관님 지시사항은 ① 수사자료는 법무관리관실에서 최종 정리를 해야 하는데, 혐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경찰에 필요한 자료만 주면 된다 ② 수사 결과는 경찰에서 최종 언론 설명 등을 해야 한다 ③ 장관이 8월9일 현안 보고 이후 조사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④ 유가족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라고 회의참석자들에게 설명했다'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진술도 언급됐다.
이는 국방부 장관 명의 문서로 된 명시적 이첩보류 지시가 없었다는 박 대령 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술된 것이지만, 그간 국방부가 내놓은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오히려 논란이 증폭됐다.
김 사령관은 수사 외압 논란이 불거진 후 이 장관이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고, 이는 국방부와 이 장관도 동일한 입장이었다. 이 장관은 최근까지도 국회에 출석해 "혐의자를 포함시키지 않고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단장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군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혐의사실을 특정하지 말라는 (이 장관) 지시는 결국 범죄를 입건하지 말라는 뜻이고 이는 명백하고도 직접적이면서도 노골적인 수사방해, 수사개입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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