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철근 누락, 건설비용폭등…꽉 막힌 주택공급,해법은?

윤지원 기자 2023. 9. 7.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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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추석 전 ‘주택 공급대책’ 발표
사업성 부족에 민간 건설사 뒷짐…전문가 “공공이 나설 때”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주변 아파트 단지.

윤석열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 중 하나는 ‘전국 270만호 주택 공급’이다. 전임 정부가 추진한 공공 주도 정책을 폐기하는 대신 민간 중심으로 공급 물량을 늘려 국민 주거를 안정시키겠다는 야심찬 목표였다. 정부 출범 1년4개월이 지난 현재 주택 공급 상황은 처참하다.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 원자재값 인상이 촉발한 공사비 상승 등이 맞물려 공공과 민간 공급 모두 꽉 막혔다. 이대로라면 빠르면 2년 뒤 공급 절벽이 본격화한다. 정부는 추석 전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한다고 했지만 상황을 급반전시키기엔 한계가 많다.

사업성 낮은 시장…PF 대출 지원은 건설사 ‘연명’에 그쳐

윤 정부는 강남3구와 용산만 빼고 모든 지역의 분양가상한제를 풀어 민간 공급을 늘리려고 했다. 역세권 등 도심에 주택이 많이 지어지도록 용적률을 완화해주고 신탁사나 공공기관 등 전문 개발기관이 진행하는 정비사업은 사업 기간을 단축시켰다.

하지만 민간은 좀처럼 뜨거워지지 않고 있다.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7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만7278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9% 감소했다. 주택 착공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2∼3년 뒤부터 급격한 공급 절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공급 물량이 줄면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진다. 청약 시장 인기 지역은 분양 가격이 높아져 청약이 어렵고, 비인기 지역은 분양 물량 자체가 감소해 당첨 확률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생기기 때문이다.

공급절벽일 발생하는 이유는 분양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시장은 과열과 침체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 수도권 중심으로 청약 경쟁이 과열되고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상반기에만 10% 올랐다. 하지만 수도권 아파트를 제외한 지방 아파트,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상가 등은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들쑥날쑥한 경기에 분양에 대한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고금리, 물가상승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는 상황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원재자 가격과 인건비 등을 종합해 산출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에 비해 2.6%, 2년 전에 비해선 14.6%가 올랐다. 쌍용C&E와 성신양회는 최근 시멘트 가격을 14% 인상한 상태다. 건설사들로서는 ‘완판’을 하더라도 수익이 제한되는 상황이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부동산 시장을 “완전한 회복 내지 상승 국면으로 전환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LH개혁과 공공주택 공급 동시 추진 딜레마

공공부문은 LH 철근 누락사태에 발목이 잡혀 있다. 공공주택 사업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에 거의 손을 떼다시피 한 상태다. LH는 최근 철근누락 사태로 임원진 사표를 수리하는 등 내부 개혁이 진행 중이라 정상적 기능이 불가능한 상태다.

올해 1월~7월 중 공공분양 착공 물량은 3018가구에 그쳐 올해 목표치인 7만6000호를 달성하기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공공분양 착공 물량은 지난해 동기(6830가구)와 비교하면 44%가 감소한 것이다.

LH노조는 지난 1일 “현재 실무 직원들은 자료요구와 수사에 대응하느라 정상적인 공급업무는 손을 대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당장 3기 신도시 사업 등의 보상·수용 업무 일정이 지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공급부족 사태를 개선하기 위해 이달 중 ‘주택 공급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현재로선 건설사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분양받은 아파트용 택지(공동주택용지)를 되팔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최근 자금 조달이 어려운 건설사를 중심으로 분양 받은 공공택지에 사업추진을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미 분양받은 땅을 개발하지 않고 이에따라 분양받은 땅에 대한 대금도 미납하고 있다. 정부는 공동주택용지 전매를 허용해 기업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고, 이렇게 회수된 돈으로 LH가 공공택지에서 후속 사업을 진행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간 연장과 보증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당장 이달부터 1조원 이상의 ‘부동산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도 가동하고 있다. 아직 착공이 시작되지 않은 본PF 사업장 중 회복이 기대되는 곳에 공사비, 부지매입비 등을 위한 자금을 대여해주고 PF채권을 인수해 사업재구조화를 돕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공공주택 공급일정 앞당기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여러 여건을 볼 때 이같은 대책만으로는 공급부족 사태를 조기에 해결하기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가 재정지원을 통해 공공부문의 공급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아무리 저금리로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춰준다고 해도 사업성이 낮은 문제를 해결할만큼의 지원은 될 수 없다”며 “이런 시장 상황에서 민간 투자가 줄어들때는 그에 대한 보완으로 공공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 공공주택은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만큼 고분양가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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