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에서 ‘암 덩어리’ 꺼내는 심령술사 준 라보 아시나요?[옛날잡지]
1990년대 잡지 기사에는 왜 초자연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다룬 내용이 참 많을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마치 신비로운 현상처럼 비칩니다.
이번 <옛날잡지>는 1992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맨손으로 암을 꺼내는 기적의 치료사 필리핀 심령수술의 대가 준 라보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옛날잡지>와 함께 준 라보 관련한 황당했던 그때 그 시절 기억을 꺼내 보시죠.
초등학생이라면 ‘유리 겔라’를 동경하며 누구나 숟가락 하나쯤은 지니고 다녔던 1990년대. 유리 겔라처럼 초능력자를 가장한 마술사가 활약했던 시기이고 또 초능력을 지닌 심령 치료사 혹은 종교인이 불치의 병을 고친다는 영적인 이야기가 마치 사실처럼 회자했던 시절입니다.
특히 필리핀 심령 치료사 준 라보라는 사람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혹은 TV 카메라 앞에서 직접 맨손으로 환자의 몸에서 암 덩어리나 종양을 꺼내는 모습을 공개해 큰 화제가 됐습니다. 한 신문에서는 <난데없는 ‘심령 수술’ 열풍 준 라보 찾아 필리핀행 9월 이후 부쩍 늘어>라는 당시 의학으로 고칠 수 없었던 난치병 치료를 위해 그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소식을 담을 정도로 사회적 쟁점이 된 사건입니다.
이런 이슈를 놓칠세라 1992년 8월호 레이디경향은 한 방송계 거물이 암 치료를 받은 수기를 전하며 기자가 필리핀으로 직접 준 라보를 찾아갑니다. 레이디경향 기자는 직업 정신을 발휘해 직접 수술대에 누워 심령 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그의 건강 상태는 어땠을까요?
또 흥미로운 지점은 당시 기자는 직접 치료를 받으며 “(맨손으로 꺼낸)뱃속 노폐물이 마치 선지, 소피, 찌꺼기, 물주머니처럼 생겼다”라고 기술합니다. 그 후 몇 개월 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현지에 특수 고속 카메라까지 준비해 준 라보의 거짓 치료 행각을 밝혀냅니다. 실제로 준 라보는 선지, 소피, 물주머니 등으로 치료를 빙자한 눈속임을 한 것이죠. 기자는 눈썰미는 좋았지만, 비밀까지는 밝혀내지 못했던 것입니다.
비단 레이디경향 기자만 속은 게 아니었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코미디언’이라는 불리던 앤디 카우프먼이 희소 암에 걸려서 준 라보를 찾아가 심령 치료를 받지만 두 달 후 암으로 인한 신부전으로 사망했습니다. 그의 생애를 다룬 영화가 짐 캐리 주연의 <맨 온 더 문>입니다. 영화에서도 심령 치료에 대한 실망감을 담은 내용이 나옵니다.
준 라보는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닿은 사람들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약한 마음을 악용한 희대의 사기꾼이었던 것입니다. 여러분도 기억이 남는 황당한 사이비 종교나 초능력 사기꾼이 있나요? 유튜브 채널 <옛날잡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시죠.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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