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탑재 수천기 드론이 육해공에서 中 억제한다…美 남중국해 전략[딥포커스]

김예슬 기자 2023. 9. 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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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 구상 '레플리케이터' 공개…2조4000억 예산 요청
모자이크전에 유용…중·러 사이버 공격 및 군비 경쟁 우려도
미국이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 무기체계 개발을 본격화한다. 사진은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제공.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미국이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 무기체계 개발을 본격화한다. '양'으로 대결하는 중국에 수천 대의 자율 무기체계로 맞대응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가 향후 2년 내에 AI 기반 기술, 드론 및 자율 시스템으로 구성된 방대한 네트워크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캐슬린 힉스 미 국방부 부장관은 최근 연례 디펜스뉴스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구상을 추가적으로 설명하며 "작고, 똑똑하고, 비용이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양과 같은 사실상 무한한 자원으로 구동되고, 실시간으로 새롭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충분한 센서로 구성된 자율 시스템이 해상에 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캐슬린 힉스 미 국방부 부장관. 22.09.09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무기체계 구상 '레플리케이터' 공개…2조4000억 예산 요청

앞서 힉스 부장관은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방산업협회 콘퍼런스에서 '레플리케이터(Replicator)'라는 이름의 무기체계 구상을 처음 공개했다.

국방부는 향후 18~24개월 이내에 여러 영역에서 수천 개 규모의 자율 무기체계를 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 회계연도에 AI 기술 분야에 18억 달러(약 2조4000억원)의 예산을 요청한 상태다. 지난해에도 685개 이상의 관련 프로젝트를 검토했다.

AI를 활용해 적을 감지하고 자율적으로 목표물을 타격해 동원되는 병력과 비용을 줄이겠다는 게 국방부의 구상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군대에서 AI 기술을 활용하는 이유로 "자율 무기 지지자들은 값싸고 소모적인 드론을 대량 배치하는 것이 정밀한 무기 시스템보다 빠르고 저렴하며 위험에 처하는 병력의 수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미 육·해·공에 자율 감시 드론으로 구성된 광대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미 해군은 지난해 초부터 AI와 결합된 무인수상정(USV)을 테스트했다. 세일드론 익스플로러로 불리는 이 USV는 길이 약 7m, 높이 약 4.8m로, 카메라, 레이더, 수중 음파 탐지 장비 등 다양한 센서가 부착돼 있다. 해상 감시, 지뢰 탐지, 환경 모니터링 등 다양한 임무에 사용된다. 미국은 이란 등 적성국가의 도발로부터 무역로를 지키기 위해 아라비아 반도 지역에 적어도 수십척 이상의 USV를 추가 배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USV 외에도 무인항공기(UAV)와 자율주행차 같은 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이미 AI 기술을 십분 활용하는 미국이 새로운 무기체계를 구상한다고 공언한 것은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군사 분야에서 바짝 추격해오는 중국을 겨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운영 응용 프로그램 개발 등 더 많은 자율 시스템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실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연설에서 "중국은 무인 지능 전투 능력 개발을 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힉스 부장관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현재 전시도 아니고, 앞으로 전쟁을 치를 계획도 없다"면서도 "중국 때문에 비상한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 국방 전문매체인 디펜스뉴스도 국방부의 레플리케이터 구상을 언급하며 "중국의 핵심 이점은 양(Mass)이다. 레플리케이터는 양에 양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혁신으로 대응한다는 점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 군의 야간 드론, 미사일 공격을 받아 초토화 된 건물이 보인다. 2023.8.31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모자이크전에 유용…중·러 사이버 공격 및 군비 경쟁 우려도

이뿐만 아니라 수천 대의 자율 무기는 4차 산업을 전쟁에 적용하는 새로운 전술인 이른바 '모자이크전'에도 유용하다.

모자이크화의 일부 타일이 빠져도 전체를 보면 어떤 이미지인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부 전력이 무력화되더라도 전체 작전은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게 모자이크전의 개념이다.

이 때문에 모자이크전에선 인간의 능력에 기초한 군사작전이 아니라, 적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 등 첨단기술의 기계적 능력이 강조된다. 또 저가의 단일기능 다수 전력을 확보하고,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은 모자이크전에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모자이크전에서는 주력 전투부대보다 무인항공기나 지상 로봇이 먼저 동원돼 지상전을 벌인다. 로봇이 적 탱크를 발견하고, 그 좌표를 공격 시스템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투가 이뤄지는데, 지상 로봇 외에도 항공기 등이 동원될 경우 전술은 더 복잡해진다. 해저 환경 파악이 중요한 해양전에서도 자율 무기는 선제 타격 등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다만 AI 활용으로 인한 의도치 않은 군비 경쟁, 중국과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위험, 윤리·법적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신미국안보센터(CNAS) 수석연구원이자 사이버 및 국가 안보 전문가인 어빙 라초우는 원자력과학자회보 기고문에서 "군집 드론은 전투에서 인명 손실과 값비싼 장비 손실을 줄이는 등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며 "그러나 잠재적인 위험도 따른다. 의미 있는 인간 통제 없이 무기를 배치하는 것에 대해 이미 국제적으로 큰 우려가 있다"고 적었다.

이어 "공격형 군집 드론에 대적할 수 있는 건 방어형 군집 드론"이라며 "잠재적으로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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