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오염수 갈등’ 출구전략 모색하나…“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비판 억제”
리창 중국 총리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문제에 대한 비판을 억제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중국이 자국 내 반일국면과 중일관계 경색의 출구전략을 모색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은 7일 “리창 총리가 ‘일본은 국제적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라고 요구했지만, 비판적인 톤은 억제했다”고 보도했다.
리 총리는 전날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일본이 ‘처리수’로 부르는 물을 ‘핵오염수’로 지칭하며 해양 생태환경과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면서 “주변국, 이해 관계자와 (오염수 방류를) 충분히 협의해 책임감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 회의에서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높은 투명성을 갖고 국제사회에 정중하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오염수 해양 방류를 계기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것을 두고 “중국이 돌출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리 총리는 중국과 아세안 회원국 간 정상회의에서는 오염수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외무성 관계자를 인용해 전날 회의에서 리 총리를 제외하고 아세안 각국과 한국 정상은 오염수에 관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https://m.khan.co.kr/world/japan/article/202309062144001#c2b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리 총리) 비판의 톤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면서 “중국 측은 들어 올린 주먹을 내려놓을 타이밍을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오염수 방류 개시 이후 첫 국제회의에 참석한 리 총리의 발언이 향후 양국 관계를 가늠할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주목해 왔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 총리는 아직 오염수 문제로 일본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이 없다. 오염수에 대한 비판은 왕이 외교부장 등이 주로 맡아 왔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 중일 총리 간 정식 회담을 모색했으나 오염수 방류로 중국이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대신 기시다 총리와 리 총리가 서서 짧게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아세안+3’ 정상회의 시작 전 리 총리가 대기실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자 먹던 도시락을 남기고 서둘러 대기실로 찾아가서 리 총리와 서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교도통신은 두 사람이 10분 간 대화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리 총리에게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 조치를 철폐를 요구했다고 취재진에 말했다.
리 총리가 기시다 총리와 단시간이지만 대화를 나눈 것은 중국 정부가 일본과 갈등에도 고위급 의사소통은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일본 정부는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두 총리의 대화는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일중 관계 구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 측과 대화를 확실히 거듭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국내 소셜미디어(SNS) 사업자에게 오염수 관련 뉴스를 싣는 것을 규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요미우리는 베이징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반일감정이 과열돼 당국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외국과 분쟁이 있을 때 반외세 시위나 여론을 활용하면서도 이 경험이 반정부 시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여론을 관리해 왔다.
중국 당국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항조치가 장기화하면 중국 수산업·식품산업으로도 타격이 번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 성장을 떠받쳐온 부동산 시장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자국 내수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대결의 장기화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 대해 급작스럽게 유화적 자세를 취하면 국내에서 저자세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중국 당국의 ‘출구전략’의 고민거리이다. 요미우리는 중국이 이 때문에 오염수 비판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봤다.
https://m.khan.co.kr/world/japan/article/202308291717001#c2b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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