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조울증 차마 못 밝혀요”…정신치료 ‘골든타임’ 놓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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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김모(17) 양은 본인이 양극성정동장애(조울증)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병원에 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김 양은 "부모님께 환청 등 현재 상황을 얘기하면서 병원에 가고 싶다고 말했더니 '다른 사람 보기 민망하게 무슨 소리냐. 절대 안 된다'고 했다"며 "꾸준히 치료받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모 반대 등으로 병원을 찾지 못한 미성년까지 포함하면 실제 환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란 게 학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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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상담·치료 꺼리는 이유
‘가족 등 타인 시선 때문’ 23%
고등학생 김모(17) 양은 본인이 양극성정동장애(조울증)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병원에 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부모님의 반대 때문이다. 김 양은 “부모님께 환청 등 현재 상황을 얘기하면서 병원에 가고 싶다고 말했더니 ‘다른 사람 보기 민망하게 무슨 소리냐. 절대 안 된다’고 했다”며 “꾸준히 치료받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 양처럼 정신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미성년자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사회적 편견에 따른 가족의 반대 등으로 정신과 상담을 주저하는 청소년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이에서는 정신과 상담 의사를 가족에게 알리는 것이 성 소수자임을 드러내는 ‘커밍아웃’만큼 어렵다고 해 ‘정(정신과)밍아웃’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19세 미만 우울증 환자는 2018년 4만2197명에서 2023년 6만8359명으로 5년 사이 62% 증가했다. 같은 연령대 조울증 환자는 2018년 5061명에서 2023년 8463명으로 67% 증가했다. 그러나 부모 반대 등으로 병원을 찾지 못한 미성년까지 포함하면 실제 환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란 게 학계의 설명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고등학생 A(18) 양은 “정신과를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면 엄마가 자책하거나 속상해 할 것 같아 부모님 몰래 간헐적으로만 병원을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22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10대 청소년의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정신건강 서비스 방문의 장애요소로 가족, 지인 등 타인의 시선에 대한 걱정(23%)과 비용(20.1%)을 가장 많이 꼽고 있다.
홀로 병원을 찾는다 해도 ‘부모 동행’을 요구하며 진료를 거부당하는 경우도 있다. 의료법상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없지만, 민법상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하려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미성년자의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다. 부모가 자녀의 정신과 진료에 반대할 경우 처방받은 약의 환불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정신과 병원 관계자는 “학생이 정신과를 방문한 이후 부모가 찾아와 항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최대한 부모와 함께 올 것을 권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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