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치 월급 떼먹은 사장이 잠수탔어요”… 근로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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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체불은 단순히 돈을 늦게 주는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임금체불액과 피해 근로자 수는 외국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편"이라며 "임금 체불 사업장에 과태료 부과 등 행정적으로 다양한 제재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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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체불액만 8232억원
총 금액 지난해比 23.7%↑
“실업급여 못받게할 것” 협박
보복 두려워 신고 꺼리기도
‘청년 신용불량자’ 확산 우려
“임금 체불은 단순히 돈을 늦게 주는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15년간 다니던 대기업을 퇴사하고 지난해 정보기술(IT) 중소기업에 입사한 장모(45) 씨는 “6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해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졌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잘 다니던 대기업도 그만두고 입사했는데 밀린 월급은 2000만 원이 넘고, 대표는 연락이 끊겼다”며 “불과 3주 후면 추석 명절인데 부모님을 찾아뵐 면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경영 상태가 악화됐다는 이유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장이 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경영 악화 시 임금부터 체불하는 사업주들의 준법의식, 불합리한 근로계약 문화, 불평등한 고용 관행 등이 체불을 부추기고 있지만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임금체불액은 8232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6655억 원)보다 23.7% 증가했다. 전체 체불액 중 70%가 3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고용부는 추석을 앞두고 ‘체불 예방·청산 집중 지도 기간’을 오는 27일까지 4주간 운영한다.
하지만 임금 체불 신고제도가 정작 현장에서는 큰 효과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사업주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은 형편이다. 임금 체불 피해 근로자 김모(32) 씨는 “회사 사정으로 월급을 못 받고 해고당해 고용부에 신고하니 전 직장 대표가 ‘권고사직’에서 ‘자발적 퇴사’로 정정해 실업급여조차 못 받게 만들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근로자에게 체불임금 등을 지급하는 ‘대지급금’ 제도 역시 지급요건이 까다롭다. 대지급금 제도를 알아봤다는 이모(35) 씨는 “대지급금을 받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서류도 많고 보상해주는 금액도 한정돼 있어 신청을 준비하다가 포기했다”며 “지급조건을 간소화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층은 생활비도 부족한 상황에서 임금 체불 피해를 당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곤 한다.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전 대한법률구조공단 개인회생·파산지원센터장)는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려고 온 대다수 청년이 채무가 늘어난 사유로 ‘임금 체불’을 꼽았다”고 말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임금체불액과 피해 근로자 수는 외국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편”이라며 “임금 체불 사업장에 과태료 부과 등 행정적으로 다양한 제재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 일본은 임금 체불 피해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0.2∼0.6% 수준이지만 한국은 1.7%에 달한다.
박지웅 기자 topsp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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