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용수 부칙, 규제 철폐 역행한다[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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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여러 정부가 규제 혁파를 부르짖었지만 성공한 정부는 없었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경제 킬러 규제 혁파'는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전남 여수가 지역구인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환경부 등의 긴급 보고를 받고, '여수·광양 국가산단'의 공업용수 고갈 가능성에 대한 범정부적 대책을 주문한 바도 있다.
이번에 환경부가 킬러 규제라며 개선키로 한 '산업단지 내 재이용수 공급' 요건과 딱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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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여러 정부가 규제 혁파를 부르짖었지만 성공한 정부는 없었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경제 킬러 규제 혁파’는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특유의 ‘칼 있으마’에 장관들이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환경부가 때마침 킬러 규제를 제대로 찾아냈다. ‘공업용수 절약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한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언제든 물 부족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전남 여수가 지역구인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환경부 등의 긴급 보고를 받고, ‘여수·광양 국가산단’의 공업용수 고갈 가능성에 대한 범정부적 대책을 주문한 바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환경부는 ‘제6차 환경부 적극행정위원회 안건 5건 심의결과’ 보도자료를 내고, 그중 하나로 ‘산업단지에 안정적인 수질의 재이용수 공급’안을 처리했음을 밝혔다. 공업용수가 최종 방류구를 거치기 전에 ‘같은 산업단지 내’에서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과연 킬러 규제 혁파의 모범 사례로 기억될 만한 적극적인 행정의 표본이다.
얼마 전 공업용수를 재사용한 한 정유사가 환경부로부터 역대 최대인 1509억 원의 과징금을 통보받은 데 이어, 검찰이 법인과 임직원 7명을 기소했던 모양이다. 충남 서산에 자리한 이 정유사가 유해물질이 포함된 폐수를 두 계열사로 무단 배출해 재사용했다는 것이다. 회사는 ‘폐수’가 아니라 ‘공업용수’이며, 배관을 통해 이송했으므로 유해물질의 대기배출도 없었다고 펄쩍 뛴다. 그런데 세 회사 공장은 ‘같은 산업단지 내’에서 사실상 한 공장처럼 조성돼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환경부가 킬러 규제라며 개선키로 한 ‘산업단지 내 재이용수 공급’ 요건과 딱 맞아떨어진다. 즉, 앞으로는 아무 문제 없고, 과징금이나 검찰 기소 대상이 아니란 얘기다.
그런데 환경부는 “공업용수 재이용 허용 관련 법 개정 시 소급 적용을 하지 않는다는 부칙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게 무슨 소린가? 법이 개정되더라도 그전에 발생한 위 정유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취소될 수 없고, 검찰 기소도 그대로 재판 절차로 간다는 의미다. 어제 불법이라 판단했던 것을 오늘은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해 법률까지 개정한다면, 어제의 불법도 사실은 불법이 아니며 법령에 대한 해석이 지나치게 엄격했을 뿐이고 공무원의 판단도 틀렸음을 자인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법의 부칙에 과거 사례는 계속 틀린 것으로 못 박겠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리 형법은 ‘범죄 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않을 때에는 신법에 의해 면소판결을 내리고,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는 신법에 의하여 재판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도 같다.(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 과거의 행위가 법률 개정으로 더 이상 범죄를 구성하지 않으면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환경부가 법을 개정하면서 굳이 경과규정을 둬서 ‘과거사는 처벌한다’고 하는 것은 다분히 감사원을 의식한 결정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환경부가 규제 혁파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으려면, 이처럼 이치에 닿지 않는 조치로 좋은 뜻으로 시작한 킬러 규제 혁파를 도루묵으로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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