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대 김건표 교수 "연극인은 부와 명예보다 연극으로 승부"
이순재, 심재찬, 명계남, 오세곤 등 한국연극계 중추인물 총 망라
[대구=뉴시스] 나호용 기자 = "여전히 글을 써야 할 작품과 연극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최근 '한국연극의 승부사들'이란 책을 펴내며 관심을 끈 연극평론가이자 대경대 연극영화과 학과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건표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가 펴낸 '한국연극의 승부사들(도서출판 연극과 인간)'은 대한민국 연극인 50人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이순재와 심재찬, 명계남, 오세곤, 박일호 밀양시장,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 등 한국연극계의 중추적인 활동을 하는 연출가, 작가, 배우, 행정가 등이 망라돼 있다. 이 책은 인터뷰를 통해 전문분야의 세계를 알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진솔한 대화들이 눈길을 끈다.
김 교수의 연구실에서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로 묶는 분량이 800페이지 정도로 두툼하다.
“한국연극 현장을 기록하고 싶었다. 연극은 지원사업이 없다면 견디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연극은 수천 년 동안 인류 발전과 함께 지속하고 있는 순수예술이다. 연극인들 만큼 고학력자가 많은 예술 분야도 없다. 경제적인 것을 먼저 생각했다면 연극인으로 생존할 수 없었을 거다. 연극평론가로 작품비평도 중요하지만, 연극 현장을 지키고 있는 작가, 연출가, 배우들의 삶과 전문분야를 듣고, 기록하고 싶었다. 오로지 그 분들이 생각하는 것은 부와 명예가 아닌 연극으로 무대에서 승부를 거는 거다. 그만큼 경제적인 부는 이룰 수 없더라도 예술가의 집념이 마음의 부를 쌓고, 견디게 하고 있다. 질문과 답변의 형식을 탈피해 인터뷰이들의 삶과 전문분야 이야기를 쓰다 보니 분량이 많아졌다.”
-대한민국 연극인 50인으로 한정한 이유가 있다면.
“한 분야에 한 분 정도를 선정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는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다양한 극작가와 연출가들 그리고 배우분들 작품세계와 배우의 연기표현 방법과 과정, 메소드가 다르다. 독자 처지에서는 한국연극을 대표할 수 있는 분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읽는다는 점에서 분야별로 인터뷰 대상을 6-7명 정도를 계획하다 보니 50인이 되었는데, 읽을 얘기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연극평론 분야만 한 분들이다. 이 책으로는 다룰 수 없는 전문가들이 더 많다. '한국연극의 승부사들Ⅱ'에서는 조명, 무대, 음향, 의상 등 연극의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고 인터뷰할 생각이다.”
-연극평론을 하다가 전문 인터뷰어를 하게 된 이유는.
“글 쓰고 연출하고 요즘은 배우까지 하는 시대이다. 전문분야는 연극평론인데 연극의 범위가 넓다. 대학에 있으면서는 연극교육과 연출, 이론까지 가르쳐야 했고 문화와 연극축제에서 총예술감독을 했으니 다양하게 한 것 같다. 되돌아보면 연극과 문화의 전 분야를 한 것 같다. 글쓰기를 좋아했고 직업 특성상 알려진 배우들과 연예인들하고 가까웠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김건표의 스타토크'를 17년 전에 시작하면서 100여 명을 인터뷰했고 정치, 사회, 일반 분야 등 각계각층의 대표적인 분들을 만나는 인터뷰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대략 150여 명 정도 되는 것 같다. '김건표의 행복 초대석'은 도장, 국수, 검도, 와인, 한지 분야 등의 장인들을 만나 인터뷰했는데 전체 500여 명이 된다. 처음 시작은 인터뷰어를 할 생각이 없었는데 돌아보면 내가 쓴 글에 만족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매번 다양한 형식의 인터뷰 스타일에 도전한 것이 여기까지 이어진 것 같다.”
-다양한 형식의 인터뷰란.
“두 사람이 마주하는 대화는 사실 인터뷰어가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전달되는 정보다. 인터뷰어는 최대한 정보를 문장으로 다듬어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다. 그런데 인터뷰는 정보만 전달하는 그것보다는 그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과 대화의 분위기가 현장처럼 살아 있어야 한다. 말투, 인터뷰이가 말하는 대화 사이 분위기에서도 정보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마치 2인극처럼 말이다. 질문은 날카로워야 하고 인터뷰이 말은 명료해야 한다. 인터뷰의 핵심은 질문의 방식과 대화를 문장으로 다듬는 구조에 있다고 생각한다. 질문의 문장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대상에 따라 정보와 느낌을 희곡의 구조처럼 해설과 지문을 넣기도 한다. 물론 대상마다 다르다. 인터뷰의 핵심은 질문의 방식과 질문의 문장구조에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책들을 지속적으로 출간할 생각인가.
“'한국연극의 승부사'들이 다섯 번째 책이다. 20대 중반에는 아동·청소년들을 위한 연기 서적을 썼는데 당시 연기교재가 없어서 예술 중·고교와 연극반 지도 교사들이 그 책을 많이 읽으셨다. 효과를 많이 봤다. 이후에는 연극평론집 '동시대 연극 읽기'와 연극이론 그리고 전공자들이 장면 만들기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도록 '장면 연기텍스트'을 썼다. 전공 서적으로는 많이들 읽었는데 여전히 다른 인문사회 분야에는 미치지 못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정치와 문화를 주제로 쓴 50여 편의 칼럼을 묶은 책이 나오고 내년에는 연극 평론집 '한국연극과 비평의 지형학'을 내게 된다. 이번 평론집은 작품의 해석과 비평보다는 한국연극의 현상을 2000년부터 현재까지 짚고 그 작품들을 다룰 생각이다. ' 키워드로 이해하는 연기'는 연기 전공자나 비전공자들이 연기표현 방법에 대해 쉽고 재밌게 접근할 수 있도록 목차를 마쳤고 '연극의 도도학, 연기의 고고학'도 준비 중이다.”
-연극평론은 현재 몇 작품을 했나.
“10년 전에는 작품을 다룰만한 것만 선택적으로 해왔다. 그 이후에는 '김건표의 연극이야기'에서 매주 1편씩 고정으로 연극평론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도저히 쳐낼 수가 없었다. 연극을 보고 희곡을 읽고서는 공연을 복기하게 된다. 평론의 방향과 주제 윤곽을 잡고는 글을 쓰는데 1개 작품에 최소 3~4일은 소요되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내 몸으로 체득된 공연의 특징들을 살려내는 것이 어렵다. 연극평론은 희곡분석이 아니라 공연비평이라서 그렇다. 현재에도 매주 1편씩 연극평론을 공개적으로 해오고 있는데 대략 핵심 작품만 250~300여 편 되는 것 같다. 쓴 것이 이 정도면 A4 분량으로 1200장, 원고지 만장 정도 된다. 직업상 연극을 많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를 이야기하면서 현실경제를 모르고 교육을 할 수는 없지 않나.”
-앞으로 계획은.
“우리 대경대학교가 공연예술 중심의 특성화 대학이다. 한강 이남에서는 연극영화과가 가장 먼저 개설된 학과이다. 그만큼 전통이 있고 학생들이 전공자로 연극을 잘한다는 소문이 나서 자부심이 굉장하다. 지역에서 유능한 연출들과 배우들 50% 이상이 우리 학과 출신들이고 대학로와 방송 현장에도 많이 진출해 있다. 연극과 공연중심의 학과인 만큼 학생들이 졸업 후 연극과 공연 분야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교수로 노력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다. 두 번째는 공연 축제 제안들이 들어오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하고 있다. 앞으로 연극평론을 하면서도 문화정책과 공연 축제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고 미뤄놓은 출판도 마무리하고 싶다.”
김건표 교수는 1983년 '작은 사랑의 멜로디'로 데뷔해 1991년 20대부터 극단 사다리를 거쳐 연극을 해왔다. 30대부터는 대경대학 연극영화과 교수로 연극평론, 연출, 연극, 연기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편집위원과 이사, 월간 '한국연극' 편집위원을 거쳐 문학세계 편집위원과 계간 '한국희곡'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올해의 연극평론가대상(한국현대문화포럼)을 받았다. 언론매체를 통해 연극평론을 연재해 오고 있으며 문화, 정치 칼럼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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