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9일 검찰 출석

2023. 9. 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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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검찰 반헌법적 행태…당당하게 맞설 것"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9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소환 조사를 받기로 했다. 당초 12일 출석 입장을 밝혔던 이 대표가 검찰이 요구한 시한에 맞춰 출석키로 한 것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7일 오전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는 대정부질문이 끝난 직후인 9일 검찰에 출석해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소환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저들이 저열하게 행동할 때 우리는 정대하게 나아가겠다" 밝혔다.

박 대변인은 "검찰은 번번이 국회를 무시하더니 급기야 이 대표에게 정기국회 출석 의무도 포기하고 나오라는 사상 초유의 강압 소환을 요구했다"며 "더구나 검찰이 요구한 출석 일자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대정부질문 기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이 규정한 의정활동을 부정하는 검찰의 반헌법적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와 검찰은 소환 일정을 두고 2주 넘게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대북송금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수원지방검찰청이 전날 7~9일 중 출석하라고 최종 통보한 데 이어 이 대표가 9일 출석 입장을 밝히면서 소환 일정을 둘러싼 양측 간 신경전은 이것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2019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당시 도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 등 800만 달러를 북한에 건넸고, 이런 과정에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가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박 대변인은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9일이면 이 대표 단식 10일차인데 건강 상태에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가) 수척해서 힘들지만 이 대표는 얼마든지 조사 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변호사만 대동한 채 혼자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단식 투쟁 중인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소금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거듭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어제 이태원 참사 유가족 분들을 뵈었다. 300일 지난 지금까지 아직 자식을 떠내 보내지 못한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졌다"며 "자식 잃은 부모를 이기려 드는 정권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 대통령은 예를 갖춰 죽어나간 희생자 분들과 유가족 분들께 사과하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단식(斷食)의 고통이 아무리 크다 한들 단장(斷腸)의 고통에 비할 수 없기에 견디겠다"며 단식을 이어갈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의 단식을 바라보는 당 내의 시선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박지원 전 국원장은 전날 오후 국회 본청 앞 단식 농성장을 방문해 "이 대표의 단식에서 김대중의 단식을 본다"며 격려했다. 박 전 원장은 "김대중, 김영삼 두 지도자는 단식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켰다"며 "많은 국민, 당원들이 뭉치고 있다. 이재명이 이겨야 대한민국 국민이 이긴다"고 했다.

그 전날엔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이 단식 농성장을 찾아, 윤석열 정권을 '파시즘'에 비유하며 이 대표를 응원했다. 이 상임고문은 "(윤 대통령이) 국가 체계에 대한 이해가 없다. 누가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고 본인은 순간적으로 막 지시한다. 이대로 가면 파시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대표도 "연성 독재로 가는 것이다. 그 단계가 된 것"이라고 동조했다.

반면 비명계는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하고 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재명 대표의 단식을 두고 "자해적 투쟁수단"이라고 표현하며 "(문제는) 이 대표가 하고자 하는 행위가 '기승전 방탄'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단식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그게 진짜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 항의하려고 하는 거야? 자기 방탄, 지키려고 하는 거지' 이런 얘기들이 아주 그냥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며 "그래서 단식을 풀고 이 대표 스스로가 결단을 해주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에 진행자가 '결단은 사퇴를 의미하는 것인가'라는 취지로 묻자, 이 의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 대표의 단식 철회를 줄곧 요구해온 이상민 의원도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최근 이재명 대표 단식을 포함한 여야 간의 강대강의 대치를 (국민들이) 굉장히 불편해하고 어려워한다"며 "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어야 되는데 국민들이 별로 공감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냉소적, 어떤 경우는 희화화까지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차원에서 어렵게 결단을 했지만 이쯤 그런 의지를 보여줬으니까 이 대표가 대승적 차원에서 뒤로 물러서는 것 또는 멈추는 것도 용단을 내릴 수 있다"며 "이 대표가 당 대표를 선뜻 내놓고 본인의 사법적 의혹이나 리스크의 누명을 벗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더 합리적이고 합당하다"고 했다.

한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전날 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지식인협회중앙회 특별강연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단식을 두고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대단히 안타깝다"며 "이유가 무엇이든 이 대표의 건강이 상하지 않도록 함께 마음을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동지들이 공감하는 바와 같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이 매우 위태롭다"면서 "이 대표의 건강이 상하지 않게 하는 데 제가 할 방법이 뭘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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