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유가 다시 고개, 물가안정·수출회복 전략 더 면밀하게

2023. 9. 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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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양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 결정으로 국제유가가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했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선 가운데 추석을 앞두고 생활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세가 수요에 기반한 것이 아니어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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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양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 결정으로 국제유가가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했다. 3개월 전 70달러 수준에서 20%나 올랐다. 4분기에는 100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표적인 에너지원이자 동력원인 원윳값이 급등하면 휘발유·전기 등 에너지 가격은 물론 식품·서비스료 등 생활 전반의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물가를 잡으려 긴축과 금리 인상에 나서면 내수와 수출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줘 경제침체가 장기화된다. 고유가가 다시 고개를 든다는 소식에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고 금리와 환율이 요동친 이유다.

산유국들이 감산에 나선 배경은 중국 경제의 부진이다. 세계 1위 석유 수입국인 중국의 석유 소비량이 줄어들 경우 가격 급락이 예상되는 만큼 감산을 통해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자금 조달에 급급한 러시아나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인 네옴시티를 추진 중인 사우디로서는 ‘내 코가 석자’인 셈이다.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한 방 먹이는 정치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인플레와의 사투 끝에 이제 겨우 고삐를 잡아 경기 부양 쪽으로 방향을 틀려던 바이든 행정부에 고유가는 찬물을 끼얹는 격이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최대 9%대에서 최근 3%대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막대한 우리나라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선 가운데 추석을 앞두고 생활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여름 폭염·폭우로 사과 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 급등했고 배·복숭아 등도 50~60% 오를 조짐이어서 차례상 차리기가 겁날 정도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두 달째 빠짐없이 올라 서울의 경우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어섰다. 이미 큰 폭으로 오른 택시·버스·지하철 요금 등 교통비 상승 압력도 다시 커지고 있다. 3개월 연속 이어진 무역흑자도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 최근의 무역흑자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불황형 흑자였는데 원윳값이 크게 오르면 그만큼 수입액이 늘 수밖에 없다. 미국이 고유가에 따른 2차 인플레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더 올리게 되면 한국과의 격차가 2%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진다. 이는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물가안정과 수출회복을 전제로 경기 ‘상저하고’의 틀을 고수하고 있다. 고유가는 이 같은 낙관론에 비상등이다. 국제유가 급등세가 수요에 기반한 것이 아니어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고물가는 경제 만병의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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