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서 10년 진행한 '성 인권 교육' 폐지… 예산 전액 삭감 여파

여성가족부가 수요감소와 타부처 사업과의 유사성 때문에 성 인권 교육 사업을 내년에 폐지한다. 사진은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사진=뉴스1

여성가족부가 10년 동안 진행해 온 '성 인권 교육' 사업을 내년에 폐지한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내년도 예산안 자료에 따르면 여가부는 '성 인권 교육' 사업을 내년에 폐지하고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이 사업에 올해 배정된 예산은 5억5600만원이다.

'성 인권'이란 성별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성폭력 피해를 받지 않을 권리 등을 말한다. 해당 사업은 지난 2013년부터 학생 스스로 성적 주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성 인권을 존중하도록 가르치기 위해 초·중·고등학교 장애·비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여가부는 수요(교육 대상 인원) 감소와 타부처 사업과의 유사성 때문에 사업을 폐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장애아동·청소년 성 인권 교육 대상의 약 75% 이상이 발달장애인인데 보건복지부도 발달장애인 성 인권 교육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가부 설명과는 달리 최근 5년 동안 성 인권 교육에 참여한 인원 수는 고르게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1만8022명이었던 수강 인원은 지난 2019년 1만8224명으로 소폭 늘었다가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1만7312명)까지 3년 동안 1만7000명대 수준이었다. 즉 사업을 없앨 만큼 수강생 규모가 급감한 것은 아니었다.

양 의원은 "여가부의 성 인권 교육은 발달장애 학생뿐만 아니라 시각·청각장애를 가진 학생도 교육 대상에 포함하고 있어 사업이 폐지되면 발달장애 이외의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성교육을 받기 어렵게 된다"며 "여가부의 성 인권 교육 폐지가 현 정부 들어 성평등 교육이 위축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성평등', '섹슈얼리티' 용어를 삭제한 교육과정을 발표한 바 있다. 또 보수단체들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공공도서관에서 성평등·성교육 관련 책을 없앨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양 의원은 "현 정부 들어 성평등 교육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10년 동안 이어온 성 인권 교육 사업이 폐지된 것도 무관하지 않다"면서 "학생들이 성 평등 교육을 받을 기회가 줄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민주 기자 minju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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