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학’ 우려에 최상위권 수싸움 치열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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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밝힌 뒤 처음으로 치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를 두고 난이도 조절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능 수학 영역이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난이도로 출시될 경우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 이하로 떨어지는 '물수학'이 될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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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수학 표준점수 편차 급감
수험생 “킬러문항 없이 어려워”
국어, 의대 지망생 당락 가를수도
“수험생 입장에서 킬러 문항 없이도 변별력 있는 시험이 될 수 있다는 걸 납득시킨 시험이었다. 중상 난이도 문제를 많이 내고 거기에 시간을 쏟게 해 ‘킬러 역할’을 하게 했다.” (상위권 수험생 김모씨)
“킬러 문항은 싹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국어는 문학이 까다로웠고 수학 킬러 문항은 확실히 없었다. 다만 과학 탐구 영역이 너무 쉬웠다는 평가가 많다. 다양한 문제를 많이 풀면서 수능 대비를 할 생각이다.” (상위권 수험생 안모씨)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밝힌 뒤 처음으로 치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를 두고 난이도 조절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입시업계는 물론 상위권 수험생들도 “킬러 문항 없이 어려웠다”는 반응이다.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일단 잠잠해졌지만, 수학과 과학 탐구Ⅰ 영역이 비교적 쉽게 나오면서 의대를 지망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국어와 과학 탐구 영역이 당락을 가르는 전쟁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어-수학 표준점수 편차 줄어=7일 EBS가 10만 7459건의 채점 결과표를 바탕으로 9월 모의평가 표준점수를 분석한 결과 국어와 수학의 영역별 표준 점수 최고점은 각각 142점, 143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와 한국사는 절대평가로 표준점수가 제공되지 않는다. 표준점수란 수험생이 받은 원점수와 평균과의 거리를 측정하는 점수다. 일반적으로 당해 표준 점수 최고점이 140점 이상이면 어려운 수능, 150점 이상이면 ‘불수능’으로 불린다.
2023학년도 수능에서 문제로 지목됐던 국어-수학 간 표준점수 편차 문제를 크게 줄였다. 국어 영역 난도는 상당히 올리고, 수학 영역은 약간 떨어트려 균형을 맞춘 것이다. 2023학년도 수능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134점, 수학 145점으로 과목 간 표준점수 차이가 11점이나 벌어졌다. 통합 수능 체제에서 수학 표준 점수가 지나치게 높으면 문과 수험생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과 학생이 높은 표준 점수를 무기로 문과 계열 학부·학과에 지원하는 ‘문과 침공’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평가원은 수학 ‘킬러 문항’을 없애는데 공을 들였다. EBS는 수학 영역에서 ▷지나친 계산 요구 ▷ 실수 유발 ▷공교육 과정을 벗어난 문항 ▷풀이 시간이 과도하게 오래 걸리는 문항 ▷미적분 등 특정 선택 과목 학습자에게 유리한 문항 ▷3개 이상의 개념이 종합된 문항 등은 출제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교육부가 킬러 문항 선정 기준으로 꼽았던 조건들이다.
특히 주관식 문제가 쉬워진 것이 특징이다. EBS 현장교사단에 참여해 출제 경향을 분석한 심주석 인천 하늘고 교사는 초고난도 문제가 배치되던 30번 문항을 두고 “3개 이상의 개념이 필요한 고차원적인 문항 대신 1개의 단원에서 깊이 있는 내용을 담은 형식으로 출제됐다”며 “예전처럼 도전할 수 없는 문제, 버리는 문제는 없었다”고 분석했다.
▶쉬워진 수학, 최상위권은 혼란...국어·과탐 주목=수학이 쉬워진 것은 이과 최상위권 학생에게는 불리하다. 종로학원은 수학 영역 최고난도 문제는 지난 6월 모의평가보다 큰 폭으로 쉽게 출제돼 최상위권 변별력 확보가 크게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수능에는 수학에서 고득점을 하면 국어 영역 실수가 만회됐지만, 올해 수능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수학 고득점이 크게 유리하지 않아 국어에서 1~2문제를 더 틀리는 것이 최종 점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수능 수학 영역이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난이도로 출시될 경우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 이하로 떨어지는 ‘물수학’이 될 우려도 있다. 수험생들의 실력이 수능 당일에 가까워질수록 좋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수능에서도 수학이 지금과 같은 난이도로 나온다면 만점자가 5000명 가까이 나올 수 있다. 수학이 1문제 정도는 어렵게 출제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과학탐구Ⅰ 영역이 쉽게 출제된 것도 난관이다. 과학탐구Ⅰ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68~69점에 그쳤지만 과학탐구Ⅱ 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81~90점에 달했다. 수험생은 탐구Ⅰ과 Ⅱ 영역 중 2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보는데, 과학탐구Ⅱ 영역은 매우 어려워 선택하는 수험생이 많지 않다. 특히 서울대가 올해부터 탐구Ⅱ 영역 의무를 폐지하면서 최상위권도 공부 부담이 적은 Ⅰ영역으로 대거 옮겨왔다. 수학 변별력이 낮아지면서 과탐Ⅱ를 선택한 학생들이 유리해진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 원서 접수 마감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당장 과학탐구Ⅱ로 응시 영역을 바꿀 학생은 많지 않다. 과학 탐구 영역 과목 선택 간 유불리 현상은 수능에서도 재현될 확률이 높다”며 “목표하는 대학이 표준점수 원점수를 사용하는지, 과탐Ⅱ 영역에 가점을 주는지, 과탐Ⅰ과 Ⅱ 표준점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변환표준점수를 사용하는지 분석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지영(교육)·박지영(사건팀) 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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