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화공작 피해자 이종명·박만규 목사, "진실규명에도 국가 사과, 피해 회복 조치 없어"
이종명 목사 법정 진술, "죽음 문턱까지 갔던 트라우마 아직 극복 못해"
박만규 목사, "30일 동안 고문과 구타 인생의 큰 짐이었다"
기독교대책위, "국가가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무시…국가 의무와 책임 방기"
대전 목원대 81학번 이종명 목사(송악교회, 기독교대한감리회)는 1983년 9월 당시 국군보안사령부 지하분실에 연행 돼 일주일동안 각종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다.
이 목사는 왜 그리고 무엇 때문에 보안부대 지하분실에 끌려왔는지 영문도 모른 채 진술을 강요당했다.
보안사는 이종명 목사가 대학에서 독서모임을 가진 것을 문제 삼았고, 당시 민주화운동 가담자를 색출하는 '녹화공작' 프락치가 될 것을 강요받았다.
이 목사는 진술서 100장을 써야했고 한달 동안 학내 동향파악을 강요받았다.
ROTC 학군사관 후보생이었던 이 목사는 이 일이 있은 후 군 장교로서의 꿈은 사라지고 강제징집을 당해 군에 입대해야만 했다.
이종명 목사와 같은 대학을 다니던 박만규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는 20대 초반 군에 입대 한 뒤 두 차례 보안사령부에 연행 당했다.
박 목사는 구타와 고문, 가혹행위를 당하며 대학 모임 활동과 관련한 진술서와 반성문, 서약서를 제출해야 했다.
또, 당시 안기부가 수사의뢰 한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수련회 참석 사실까지 조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도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다.
군인 신분이던 박 목사는 휴가를 나올 때면 동료들의 동향 파악을 강요받아야 했다.
전두환 정권 당시 자행된 강제징집, 프락치 강요 국가폭력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첫 공판이 6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지난해 진실화해위원회로부터 이른바 녹화공작 피해자로 인정된 이종명, 박만규 목사는 지난 5월 국가를 상대로 3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진실화해위원회가 40년 만에 군사정권 시절 국가폭력에 대한 진실 규명을 했음에도 기대했던 국가의 사과와 피해 회복 조치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 황순현)는 이종명, 박만규 목사에게 진술 기회를 준 뒤 "트라우마는 극복되셨냐"고 물었고, 두 목사는 40년 전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던 악몽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종명 목사는 "갖은 고문과 구타로 죽음의 문턱에서 진술을 강요당하고, 프락치 활동을 강요 당하면서 인생 전체가 무너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이 있지 않았다면 군 장교로 임관해 인생이 달라졌을 텐데 목회를 30년 넘게 해오고 있다"며, "위기상황이 닥칠 때면 당시 트라우마 때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박만규 목사는 "20대 초반 군에 입대해 두 차례 연행돼 30일 동안 고문과 구타를 당했던 사건은 제 인생의 큰 짐이 됐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실을 규명하고 국가의 사과와 피해 회복 조치를 권고한대로 국가가 이를 이행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위자료와 손해배상 청구 관련 자료들을 토대로 다음 달 25일 두 번 째 변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국가배상 소송을 돕고 있는 <녹화공작·강제징집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는 "1983년 신학생 신분이던 이종명, 박만규 목사가 국가로부터 폭력을 당한 것은 독재권위주의 국가권력이 교회와 신앙인들을 대상으로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독교대책위는 이어 "국가가 지난 달 24일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진화위'의 조사 결과와 권고를 무시한 채 '증거불충분, 청구권 소멸' 등을 주장한다"며, "국가의 의무와 책임을 방기하고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파렴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녹화공작·강제징집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에는 NCCK인권센터,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한국YMCA전국연맹, 기독교대한감리회선교국정의평화위원회, 목원대학교민주동문회,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연세대 기독학생회동문회, 공익법률지원센터 파이팅챈스가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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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송주열 기자 jys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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