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성생활·노조가입 여부까지 수집하는 자동차 회사들
“닛산·기아 등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84%가 운전자 정보 평가·공유·판매
세계 유명 자동차 브랜드들이 운전자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카 보급이 확대되면서 수집할 수 있는 개인 정보의 종류가 그만큼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일부 브랜드는 운전자의 성생활과 노조가입 정보까지 수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재단 모질라는 이날 BMW, 포드, 토요타, 테슬라, 기아, 닛산 등이 포함된 25개 자동차 브랜드를 대상으로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모질라는 조사 결과 25개 브랜드 모두 ‘사생활 보장 안 됨(Privacy Not Included)’ 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들 브랜드의 차량은 공식적으로 우리가 사생활 보호 수준을 평가한 제품들 중 최악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브랜드들은 운전 속도, 운전 장소, 차에서 듣는 노래 등 운전자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개 브랜드는 운전자의 의료 정보와 유전자 정보 등 내밀한 정보까지 수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모질라에 따르면 기아의 사생활 보호정책에는 “인종 또는 민족, 종교 또는 철학적 신념, 성적 지향, 성생활 및 정치적 의견”과 “노동조합 가입 여부”를 포함한 “특수 범주”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닛산은 수집하는 데이터 종류에 “성행위”를 포함시키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기아 미국법인 측은 자료를 내고 “2018년 제정된 캘리포니아의 소비자 개인정보보호법(CCPA)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가 ‘민감한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지만, 실제로 당사가 수집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기아는 소비자로부터 ‘성생활 또는 성적 지향’ 정보를 수집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자동차를 매개로 수집할 수 있는 개인 정보의 양이 많아지게 된 배경에는 전기차 전환과 자율주행 기능 확대 등이 있다. 차량이 인터넷에 접속된 하나의 스마트폰처럼 변화하면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수집할 수 있는 개인정보가 그만큼 더 늘어난 것이다.
미국 비영리 매체 더마크업에 따르면, 운전자가 차에 타는 순간부터 여러 개의 센서가 작동한다. 주행 중에는 라디오, 네비게이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기타 차량 정보 시스템 등을 통해 차량 위치, 속도, 운전자의 주행 습관, 듣고 있는 노래, 오일 잔량 같은 데이터들이 기록된다. 이들 데이터는 차량의 컴퓨터를 통해 자동차 제조업체 서버로 전송되고, 업체들은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전자의 지능, 능력, 관심사 등을 유추할 수 있다.
자동차 브랜드 25개사 중 84%는 이렇게 습득한 개인 정보를 내부 마케팅 자료로 활용하거나 제3자에게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운전자에게는 해당 정보를 통제할 권한을 거의 주지 않고 있다. 모질라에 따르면 25개 브랜드 중 르노와 다치아만이 운전자에게 자신의 개인정보를 삭제할 권한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모질라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수년 동안 첨단 기능을 홍보하기 위해 자동차가 ‘바퀴 달린 컴퓨터’라고 자랑해왔으나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이 운전자의 사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인터넷에 연결된 초인종과 시계가 우리를 감시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동안 자동차 브랜드들은 자동차를 강력한 데이터 수집 기계로 바꾸며 조용히 데이터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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