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률 높은 ‘어지럼증’…원인은 귀속 칼슘덩어리?
어지럼증은 재발률이 높다. 모든 어지럼증의 원인질환 가운데 30~40%를 차지하는 ‘이석증(Benign Paroxysmal Vertigo)’의 재발률이 높은 탓이 크다. 오는 9월9일 귀의 날을 맞아 어지럼증의 가장 흔한 원인질환인 이석증에 대해 살펴본다.
◆귀속 작은 작은 칼슘덩어리?=이석증은 몸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전정기관 가운데 하나인 이석기관의 이석(耳石)이 제자리를 이탈해 또 다른 전정기관인 반고리관에 들어가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머리의 움직임으로 유발되는 회전성 어지러움이 주된 증상이다.
이석(耳石)은 한자로 ‘귓속의 돌’이라는 의미지만 실상은 돌이 아니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극히 작은 탄산칼슘덩어리다.
반고리관은 내림프액이라는 액체로 채워져 있는데 이곳에 이석이 들어가게 되면 머리를 움직일 때 반고리관 안에서 이석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내림프액이 출렁거리게 된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내림프액 흐름이 평형감각을 자극해 가만히 있는데도 천장이나 주위가 빙빙 도는 듯한 심한 어지럼증을 일으킨다.
이석증이라는 병명은 국내에서 병의 원인을 ‘이석이 빠져서 생긴 병’으로 설명한 데서 유래한다. 최근에는 의사들도 이석증이라는 명칭을 많이 쓰지만, 정식 의학용어는 영어 진단명을 그대로 번역한 ‘양성 돌발체위변환 현훈(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BPPV)’이다.
전은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석증은 머리 위치 변화로 발생하는 갑작스럽고 짧은, 반복되는 회전성 어지럼증이 특징”이라며 “이석증은 비교적 간단한 진단법으로 즉시 진단할 수 있고, 진단만 정확히 되면 적절한 물리치료로 빠르게 치료가 가능한 만큼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가능한 빨리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정 움직임 시 회전성 어지럼증 반복=이석증에서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가장 흔한 자세는 앉았다가 뒤로 누울 때, 누워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돌아누울 때 등이다. 순간적으로 천장이나 벽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극심한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다행히 어지럼증은 오래가지 않고 보통 1분 이내에 멈춘다. 하지만 머리를 움직이거나 자세를 바꾸면 또다시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 심하면 메슥거리는 증세와 함께 구역‧구토나 안구의 비정상적 움직임(안진), 식은땀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난청‧이명이나 귀의 통증 등 귀와 관련된 다른 증상은 동반하지 않는다.
국내 이석증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전정기능 장애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8년 102만8058명으로 처음 100만명을 돌파한 이래 2022년 114만9215명으로 4년 사이 11.8%, 12만여명 늘었다.
전은주 교수는 “이석증은 주로 40대 이상 중·노년층에서 발병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내이의 허혈로 이석이 불완전하게 형성되기 쉽고, 이석기관의 퇴행성 변화로 유동성 석회화 물질이 쉽게 생길 수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며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석정복술 15분 2~3회면 90% 환자 치료=이석증은 보통 가만 놔두면 몇주~몇달 후면 저절로 없어지지만,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훨씬 더 빨리 좋아질 수 있다.
진단에 가장 중요한 것은 병력과 이학적 검사다. 회전성 어지럼증이 갑자기 발생한 적이 있거나 머리 움직임에 따라 증상이 더 심해졌다면 이석증 병력을 의심할 수 있다. 이학적 검사는 머리와 몸을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안구에서 나타나는 안진을 관찰하는 ‘체위안진 검사’로 확인한다. 안진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안구가 특정한 방향으로 반복해서 튀는 움직임을 말한다.
머리를 좌우로 45도 회전시킨 상태에서 뒤로 눕히면서 안진이 나타나는지 보거나, 누운 상태에서 머리를 좌우로 돌리면서 안진을 유발해 특징적인 증상과 안진이 나타나는지를 확인해 진단한다.
전은주 교수는 “이석증 진단 자체는 단순해 보이지만 양쪽 귀의 3개의 반고리관에서 각각 발생할 수 있고, 이석증 유형이 반고리관 결석증과 팽대부릉형 결석증 2종류로 더 나뉘기 때문에 모두 12가지 아형의 이석증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이석증에 대한 세부 지식을 숙지하고 안진의 양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해야 정확하게 병변이 온 곳을 찾아낼 수 있고, 그에 따라 치료의 정확도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석증은 ‘이석정복술’이라는 물리치료를 통해 치료한다. 이석정복술은 반고리관의 내림프액 속에 흘러 다니는 이석 입자를 원래 위치인 난형낭 쪽으로 돌려보내는 방법으로, 환자의 몸과 머리를 의사의 지도에 따라 방향과 각도로 움직여주는 치료다. 치료 시간은 약 15분으로 통증은 없지만 시술 과정에서 어지럼증이 있을 수 있다. 대개 2~3회 치료로 약 90%에서 성공적으로 치료된다.
◆재발률 높지만, 적절한 진단·치료받으면 호전=이석증은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독일 뮌헨대 신경과 연구진이 이석증 환자 125명을 6~17년간 관찰한 결과, 5년 이내 평균 재발률이 33~50%였다. 그렇다고 만성 재발성으로 발전하는 질환은 아니다. 재발할 경우 가까운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바로 호전될 수 있다.
이석증이 의심된다면 일단 이석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가급적 머리나 몸을 급격히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머리를 돌리거나 뒤로 젖히는 등의 과도한 움직임은 줄이고 취침 때까지는 되도록 머리를 세운 채로 앉은 자세를 유지한다.
이석증 재발을 막는 뚜렷한 방법은 아직 알려진 게 없다. 다만 골(뼈) 밀도가 떨어져 골다공증이 발생하면 이석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평소 가벼운 운동과 규칙적인 야외활동을 통해 뼈 건강과 혈액순환을 증진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생활 수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평소 머리를 거꾸로 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자세를 피하고, 머리 쪽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이석증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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