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바디 우희준 "메달 미련 남아 전역…뒤는 안 보고 AG만 생각"

이의진 2023. 9. 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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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파병 장교 이력…"군대 체질이라 장기복무도 생각"
"더 늦기 전에 마지막 도전…5년 전보다 발전한 대표팀, 메달 딴다"
태극마크를 달고 사진을 찍는 카바디 국가대표 우희준 [우희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찝찝한 게 느껴지고 뭔가 아쉽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걸 꼭 채워야 해요. 성격이 그래요."

독특한 이력을 자랑하는 카바디 국가대표 우희준(29)은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군 경력을 끝내기로 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우희준에게 미련으로 남은 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겪은 아픔이다.

당시 카바디 대표팀은 조별리그 B조에서 2승 1패를 거둬 무난하게 준결승에 올라 동메달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란, 대만도 2승(1패)을 쌓으면서 점수 득실에서 밀려 조 3위로 짐을 쌌다.

아쉽게 대회를 마친 우희준은 2019년 학군사관 후보생으로 지원하면서 군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우희준은 자신이 '군대 체질'이라고 한다. 우희준은 "내 입맛에는 군대 밥도 맛있었다. 체력도 전혀 문제가 없었고, 계급·위계질서 속에서 생활하는 것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2021년 육군특수전사령부 국제평화지원단에서 근무하며 통역 장교로 레바논 파병도 경험한 우희준은 '장기복무'를 택할지 갈림길에 섰다.

카바디 국가대표 선수 우희준 [우희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중위 우희준은 결국 지난 6월 전역을 선택했다.

우희준은 "나도 군에서 장기 목표가 있었다. 파병 중 다양한 작전을 접하고, 해외 군인들도 만나면서 꿈도 커졌다"며 "이제는 운동선수로는 어린 나이도 아니라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메달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4년 뒤에는 33, 34세인데 기량이 떨어질 수도 있다"며 "늦기 전에 마지막으로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시안게임이 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군 생활 중에도 카바디와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우희준은 "중대에 카바디를 최대한 보급해보려 했다. 여단 체육대회에서도 카바디가 종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도 했다"며 "전투 체력 종목으로도 카바디를 추천했다"고 말했다.

전역을 결정하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항저우행 티켓을 꿰찬 우희준은 '훗날'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희준은 "'오늘만 산다'는 말도 정확하지는 않다. '이 순간만 산다'고 할 정도로 카바디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모든 게 다 이번 대회가 끝나봐야 안다. 그 이후는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몇 년간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한 터라 당장은 동료들을 따라가는 게 버겁다.

태극마크를 단 우희준 [우희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우희준은 "늦게 합류한 편이라 동료들과 열심히 합을 맞추고 있다. 지금은 지리산 전지훈련 중이라 산속을 뛰어서 오르내리고 있다"며 "카바디 훈련도 하루 세 차례씩 소화한다. 체력적으로 많이 올라왔다"고 짚었다.

이어 "2018 대회처럼 이번에도 주로 공격수로 뛸 것 같다. 선수들이 한마음으로 훈련하는 걸 보니 그때 못 딴 메달을 이번에는 목에 걸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때는 아시안게임 경험이 있는 선수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실력·경험을 겸비한 동료들이 있다. 더 단합되고 단단한 모습으로 좋은 공격, 수비를 보여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우희준이 카바디와 인연을 맺은 건 2013년이다.

당시 우희준은 방송국 공개채용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관광공사에 입사했다가 적성에 맞는 일을 찾기 위해 퇴사하고 세계여행을 떠났다.

인도를 다니던 중 운명처럼 카바디를 접했고,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귀국 후에는 대한카바디협회가 있는 부산 사하구에 아예 삶터를 잡을 정도였다.

'숨을 참는다'는 뜻의 힌두어에서 유래한 카바디는 오랜 민속놀이를 변형한 종목으로, 인도의 국기(國技)다.

2018년 대만에서 열린 친선전에서 뛰는 우희준(5번) [우희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술래잡기나 공 없이 하는 피구를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10mX13m(여자 8mX12m) 규격 코트에 각 팀 7명씩의 선수가 진영을 나뉘어 선다.

공격권을 가진 팀에서 '레이더'로 불리는 선수 한 명이 상대 코트에 들어가 '안티'로 불리는 수비 선수들을 터치하고 돌아오면 득점하는 방식이다. 터치 1명당 1점이며 손발을 모두 써도 된다.

1990 베이징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됐다. 2010 광저우 대회부터는 우리나라도 남녀부 모두 출전했지만, 아직 인지도가 낮다.

경기를 보면 '레슬링 단체전'처럼 몸과 몸이 격하게 부딪히는 종목이다.

신체 능력이 남다른 우희준에게 딱 맞는 운동이었다. 초등학교 때 했던 육상, 고등학교 때 미국 미네소타주 프린스턴고에서의 치어리딩 활동 등을 통해 체력을 다졌다.

우희준은 군 경력 외에도 미인대회에 수상자라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2019년 미스코리아 선(善)에 선발돼 이목을 끈 우희준은 세계 미인대회인 '미스 어스(Miss Earth) 2019'에서 탤런트상과 후원사상도 받았다.

비인기 종목 카바디를 홍보하는 게 미스코리아에 도전했던 이유라고 한다.

2019 세계무예마스터십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선 우희준 [우희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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