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경찰·경기도, 24시간 '정신 응급입원' 공공병상 확대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지난달 13일 오후 8시 40분께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서 가족 간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피의자 50대 A씨는 집에서 친동생 B씨 등 가족들과 식사 중 B씨가 음식에 독극물을 탔다고 생각해 그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정신질환을 앓아온 A씨가 피해망상에 빠져 범행한 것으로 보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위험이 높은 것으로 판단, 가족들과 상의 후 A씨를 주거지 인근의 경기도립정신병원으로 응급입원 조치했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자·타해 위험이 있어 사정이 급박한 경우 경찰관과 의사의 동의를 얻어 정신의료 기관에 3일 이내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이다.
당시 경찰이 신고를 접수하고 A씨에 대한 응급입원을 완료하는 데까지는 2시간가량 소요됐다.
야간에 병상이 부족하다거나 전문의가 부재중이라는 이유 등으로 입원을 거절당하는 일이 일쑤여서 '병원 찾아 삼만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교적 신속하게 응급입원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생활안전과는 경기도와 협업해 24시간 정신 응급입원을 위한 공공병상을 확대한 결과 야간시간대(오후 8시~다음날 오전 8시) 응급입원 소요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지역 공공병상은 기존 의왕 계요병원과 수원 아주편한병원에 각각 3개씩 6개 병상에 불과했으나, 지난 2월부터 점차 늘어 현재 4개 병원 18개 병상으로 증가했다.
병원 별로는 경기도립정신병원 7개 병상, 의왕 계요병원 5개 병상, 수원 아주편한병원 3개 병상, 화성 새샘병원 3개 병상 등이다.
공공병상 확대 이후 야간 응급입원 소요 시간은 올해 1~4월(100건) 건당 2시간 34분에서 5~8월(106건) 건당 1시간 55분으로 평균 39분이 단축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응급입원 조치된 경기도립정신병원도 최근에 공공병상을 확보한 병원"이라며 "고위험 정신질환자 응급 대응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 끝에 소기의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병상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올해 확대된 공공병상만 보더라도 수원권 등 경기남부지역 중심부에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일선 경찰서를 통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공공병상 확보 사업을 추진해달라고 적극 독려하고 있다.
현재 부천, 안산, 용인, 김포, 이천, 여주 등 6개 시는 경기도에 '2024년 공공병상 확보 사업 수요조사' 신청을 완료한 상태이다.
경기도는 수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공병상을 더 늘려나갈 방침이다.
경찰은 또 지난 7월 경기도로부터 정신건강전문요원(임상심리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16명을 지원받아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경기남부경찰청 응급입원 현장지원팀에 합류시켜 '합동 현장지원팀'을 출범했다.
합동 현장지원팀은 경찰관 3명과 정신건강전문요원 1명 등 총 4명으로, 취약시간대인 야간에 가동된다. 경찰관은 총 6명이 3명씩 맞교대로 근무하고, 정신건강전문요원은 16명이 1명씩 돌아가며 투입되는 식이다.
임무는 응급입원 대상자를 인계해 입원하기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 것이다.
김동락 경기남부경찰청 생활안전과장은 "공공병상 확대로 인해 야간 응급입원 평균 소요 시간이 단축되기는 했으나, 외곽 지역의 경우 신속한 응급입원이 여전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전체적으로 응급입원 건수가 늘고 있어 앞으로도 지자체와 협력해 공공병상 확보 사업을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경기남부지역의 고위험 정신질환자 응급인원 건수는 2021년 800건, 지난해 1천79건, 올해 8월 기준 1천431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경찰이 서울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7월 21일) 이후 범죄 예방 차원에서 응급입원 조치를 강화한 결과, 7월 21일 전후 40일간 응급입원 건수는 사건 발생 전(6월 12일~7월 21일) 217건에서 사건 발생 후(7월 22일~8월 30일) 285건으로 31%가량 증가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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