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난자 없이 실험실서 인간 배아 키워냈다

안경애 2023. 9. 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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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배아줄기세포로 수정 14일째 배아모델 만들어
배아의 형태 그대로 보이고 임신 테스트 양성 반응 보이는 호르몬도 분비
"초기 배아의 모든 주요 구조를 그대로 모방한 최초의 완전한 배아 모델"
수정 14일째에 해당하는 발달 단계에 있는 줄기세포 유래 인간 배아 모델. 와이즈만연구소 제공

과학자들이 정자와 난자, 자궁이 없이도 실험실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해 초기 인간 배아를 만들어냈다.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연구팀은 줄기세포를 사용해 만든 인간 배아모델이 실제로 수정 후 14일 된 배아의 교과서적인 형태를 그대로 보이며, 실험실에서 임신 테스트 양성 반응을 보이는 호르몬을 분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제이콥 한나 와이즈만연구소 교수팀은 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관련 연구결과를 실었다.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초기 배아는 블랙박스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초기 배아의 발달과정을 이해하도록 도와 조기유산과 선천적 장애 등의 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전망이다. 연구팀은 이 모델이 구조적으로 정상적인 배아와 유사하지만 배아와 동일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또 이 연구 결과가 이전에는 접근이 불가능했던 인간 배아의 착상 후 초기 발달 단계에 대한 실험적 연구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정자가 난자와 수정한 후 초기 몇 주는 뚜렷하지 않은 세포의 집합체에서 인간의 모습을 갖춰가는 과정에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다. 이 시기에 유산과 선천적 장애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제대로 알려진 게 없다. 한나 교수는 "블랙박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의 지식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배아 연구는 법적, 윤리적, 기술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는 분야다. 생명윤리 이슈로 인해 이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다. 과학자들은 정자와 난자, 자궁이 없이 실험실에서 자연 배아 발달을 모방하는 연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연구는 초기 배아에서 나타나는 모든 주요 구조를 모방한 최초의 완전한 배아 모델이라는 게 이스라엘 연구팀의 설명이다.

한나 교수는 "이것은 정말 수정 14일째 인간 배아의 교과서적인 이미지"라며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정자와 난자 대신 신체의 모든 조직으로 분화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를 사용했다. 그런 다음 화학물질을 사용해 이 줄기세포를 인간 배아의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는 네 가지 유형의 세포로 만들었다. 네 가지 세포는 배아(또는 태아)가 되는 배반포세포, 태반이 되는 영양막 세포, 초기 배아에 영양을 공급하는 난황 주머니가 되는 내배엽 세포, 배아외 중배엽 세포다.

총 120개의 세포가 정확한 비율로 혼합된 후 과학자들은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봤다. 그러자 혼합물 중 약 1%가 인간 배아와 유사하지만 동일하지는 않은 구조로 자발적으로 조립되기 시작했다.

한나 교수는 "적절한 혼합물과 환경만 제공하면 세포에서 조립이 시작됐다. 정말 놀라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배아모델은 수정 후 14일이 지나 배아와 비슷해질 때까지 성장하고 발달했다. 많은 국가에서 이 시점이 정상적인 배아 연구를 위한 법적 한계 기간이다. 이후 연구는 금지된 국가가 대부분이다.

한나 교수에 따르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배아 모델에는 배아를 감싸고 있는 영양막이 보이는데 이후 태반이 될 부분이다. 여기에는 아기에게 영양분을 전달하기 위해 엄마의 혈액으로 채워지는 구멍이 나 있다. 간과 신장의 일부 역할을 하는 난황 주머니와, 이 배아 발달 단계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배아외 중배엽 세포가 있다. 초기 태반 세포가 배아를 둘러싸지 않으면 배아의 다른 부분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아 모델을 이용하면 과학자들이 다양한 유형의 세포가 어떻게 출현하는지 설명하고, 신체 장기가 형성되는 초기 단계를 관찰할 수 있다. 유전질환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전망이다. 임신 중 의약품 복용의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거나 체외 수정 성공률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다만 법적으로 배아와 구분되지만 배아 모델을 활용한 연구에 대한 윤리성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생명윤리법은 인공 수정 시술 후 남은 배아를 난치병 치료 등을 위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만, 수정 후 14일이 지난 배아는 이용이 금지돼 있다. 줄기세포로 만들어진 합성 배아에 대한 법적 기준은 없다. 과학계가 기술적으로 수정 14일 이후 단계도 모방 가능할 지도 아직 미지수다.

와이즈만연구소 연구진은 이러한 배아 모델을 이용한 임신 시도는 비윤리적이고 불법이며 실제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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