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2’ 삼성·한화생명 경쟁 2라운드… 실탄 채우고 GA사 인수 준비
삼성, 전략 바꿔 GA사 인수 추진하기로
보험사 영업 경쟁 가열에 GA사·설계사 몸값 뛸 듯
법인 보험대리점(GA) 계열사를 통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영업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 계열 GA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최근 1000억원의 외부 투자를 받아 몸집을 키우기 위한 실탄을 채웠고, 삼성생명은 대형 GA사 인수로 반격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 한화생명, 한투PE서 1000억원 유치
7일 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 5일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와 1000억원의 투자 유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한투PE는 전환우선주(CPS) 형태로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지분 11.1%를 보유하게 된다. 보험사의 GA 자회사가 외부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 2021년 한화생명이 상품 개발과 판매 조직을 분리하는, 이른바 ‘제판 분리’를 단행하면서 출범한 국내 최초의 GA 자회사다. 한화생명 소속 설계사 1만9000여명으로 출범한 후 지난해 약 4000명의 설계사를 갖춘 전문 GA사인 피플라이프를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GA 자회사를 키워 영업력을 끌어올리겠다는 한화생명의 전략은 이미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설계사 수는 2만5000명을 넘어서, 2만9000여명의 설계사를 보유한 삼성생명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과거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3대 생보사’가 중심이었던 생보업계의 판도도 삼성과 한화의 ‘양강 경쟁’ 구도로 재편된 상태다. 올해 상반기 신규 보험계약마진(CSM)을 보면 한화생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9% 증가한 1조3592억원을 기록, 삼성생명(1조8159억원)과의 차이가 4600억원 수준까지 좁혀졌다. 교보생명의 상반기 신규 CSM은 6657억원에 불과했다.
한화생명은 피플라이프 이후에도 전문 GA사를 추가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화생명이 지난해 피플라이프를 인수하면서 지불한 돈은 2000억원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PE의 투자로 1000억원의 실탄을 보충하면서, 피플라이프보다 규모가 큰 전문 GA사를 인수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한투PE 투자를 유치하면서 판매망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투PE의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계열사로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저축은행 등을 두고 있다. 한화생명은 전국에서 60여곳의 지점을 운영 중인 한국투자증권에서 한화생명 보험 상품의 우선적인 교차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삼성생명 “GA사 인수 나설 것”
한화생명의 거센 추격을 받으며 위태롭게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생명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금껏 GA 자회사가 아닌 자체 전속 설계사를 중심으로 영업을 해 왔는데, 전략을 바꿔 GA사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리기로 한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달 14일 가진 상반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GA사를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 제휴 등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삼성생명에 소속된 2만9000여명의 설계사 가운데 GA 자회사인 삼성생명금융서비스에 소속된 사람은 약 2000명에 불과하다. 자회사와 전속 대리점 등에 소속된 직원을 제외한 약 2만4000명은 삼성생명의 전속 설계사다. 전속 설계사 수를 단기간에 수천명 수준으로 확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외부에서 전문 GA사를 사들여 덩치를 키우기로 한 것이다.
삼성생명이 이미 GA업계 9위권 업체인 한국보험금융, 500여명의 설계사를 보유한 CS라이프 등 일부 GA사들을 대상으로 인수나 제휴를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흥국생명이 GA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대형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영업 전문 조직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며 “전문 GA사들과 설계사의 몸값이 당분간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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