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이닝 2실점 패전' 결과 만큼 아쉬웠던 '과정'…'ML 최약체' OAK에게 류현진은 왜 고전했나?

박승환 기자 2023. 9. 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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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시즌 4승째는 물론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까지 노려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류현진은 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링센트럴 콜리세움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투구수 77구,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2자책)을 기록, 시즌 2패째를 떠안았다.

직전 등판에서 불펜의 난조로 인해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토미존 수술을 받고 돌아온 류현진의 폼은 절정에 달해 있었다. 지난달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맞대결에서 4이닝 '노히트' 투구를 펼친데 이어 4경기 연속 5이닝 2실점으로 역투하면서 개인 3연승을 질주하고 있었던 까닭이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게티이미지코리아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게티이미지코리아

결과만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를 제외한 최근 두 번의 등판에서 각각 피홈런을 맞으면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빅리그로 돌아온 뒤 '주무기'로 업그레이드 된 커브를 적극 활용하며 빠른 볼이 아니더라도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요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특히 이전 등판에서는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최소 실점'의 투구를 펼치기도.

이날 류현진은 뚜껑을 열어보기도 전부터 시즌 4승째를 손에 넣을 확률이 매우 높아 보였다. 그럴만한 이유는 있었다. 오클랜드를 상대로 통산 평균자책점이 5.40로 좋지는 않았지만, 오클랜드가 올해 아메리칸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성적이 좋지 않았던 까닭이다. 승리는 물론 퀄리티스타트까지 노려볼 만했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다소 뜻밖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오클랜드 타선을 5이닝을 2실점으로 묶어내면서 5경기 연속 같은 결과를 남겼다. 하지만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패전을 떠안게 됐는데, 경기 내용을 뜯어보면 결큼 만큼 과정도 아쉬웠던 것은 분명했다. 패전 투수가 됐기 때문이 아니다. 최근 류현진이 보여준 투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1회부터 오클랜드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내면서 기분 좋게 경기를 출발, 2회 또한 중심 타선을 깔끔하게 봉쇄하며 순항을 펼쳤다. 3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첫 피안타를 허용한 뒤 도루까지 내주면서 첫 위기를 맞았지만,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고 오클랜드 타선을 차근차근 돌려세우며 탄탄한 투구를 펼쳤다. 문제는 4회부터였다.

카를로스 로페즈에게 역전 투런홈런을 맞은 류현진./게티이미지코리아

류현진은 1-0으로 앞선 4회말 선두타자 브렌트 루커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또 한차례 위기를 맞았다. 여기서 후속타자 라이언 노다에게 1루수 땅볼을 유도했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3루를 향해 내달리던 선행 주자를 지워내는 엄청난 판단을 내리면서 류현진의 어깨에 힘을 제대로 실어줬다. 분명 이때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어지는 2사 1루에서 카를로스 페레즈에게 5구째 몸쪽 낮은 스트라이크존에 찔러넣은 90.5마일(약 145.6km)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당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이후 추가 실점은 없었지만, 안타와 볼넷을 내주면서 투구수가 급격하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5회에도 다소 고전했다. 류현진은 선두타자 에스테우리 루이즈에게 안타를 맞은 뒤 도루를 허용해 무사 2루 위기에 봉착했다. 여기 류현진은 두 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으나, 또다시 도루를 내주면서 위기 상황은 더욱 고조됐다. 하지만 후속타자 노다를 우익수 뜬공 처리하면서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퀄리티스타트까지 예상됐던 것과 달리 류현진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6회부터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4~5회 고전하면서 투구수가 급격하게 불어난 탓. 결국 류현진은 패전 위기에서 마운드를 내려갔고, 끝내 타선이 흐름을 되찾지 못하면서 시즌 2패째를 기록하게 됐다.

피홈런을 내준 것과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경기 내용이 탄탄하지 못했던 첫 번째 이유로는 커브와 체인지업이 있었다. 류현진은 총 5개의 안타를 허용했는데, 그중 3개가 커브와 체인지업에서 비롯됐다. '주무기'가 먹히지 않으니 고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게티이미지코리아

두 번째 이유는 오클랜드의 '발'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도루 허용 갯수가 8개에 불과했다. 도루를 가장 많이 허용한 시즌도 2개에 불과할 정도로 물론 주자의 발을 묶어내는 스킬과 견제 능력이 뛰어나고, 슬라이드 스탭이 좋은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때문에 아무리 발이 빠른 선수라도 류현진을 상대로는 쉽게 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도루가 실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주자에게 너무 무심했던 탓일까. 이날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2개를 넘어 3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류현진은 '단짝' 대니 잰슨이 부상으로 이탈하게 되면서 타일러 하이네만과 호흡을 맞췄는데, 포수의 탓도 아니었다. 하네만은 토론토 포수 잰슨과 알레한드로 커크 중 '팝타임'이 가장 좋은 선수다.

류현진은 3회 첫 안타를 허용한 뒤 알렌에게 첫 번째 도루를 허용했지만,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그런데 충격적이었던 것은 5회였다. 아메리칸리그 도루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루이즈에게 안타를 내준 뒤 이날 두 번째 도루를 허용했다. 압권은 이후였다. 류현진이 노다와 맞대결을 갖던 중 포수에게 공을 건네 받는 과정에서 2루 주자 루이즈가 3루를 향해 내달렸다.

루이즈가 뛰는 것을 본 류현진은 곧바로 3루수를 향해 공을 뿌렸지만, 주자의 발이 더 빨리 3루 베이스에 닿았다. 이로 인해 루이즈는 메이저리그 선수들 가운데 '최초'로 류현진을 상대로 멀티도루를 기록한 선수가 됐고, 류현진은 처음으로 한 경기 3도루를 허용했다. 그야말로 '허'를 제대로 찔렸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서 패전을 떠안게 됐지만, 커브와 체인지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고, 세 개의 도루를 내준 것, 세 경기 연속 피홈런을 맞은 것이 오클랜드를 상대로 고전했던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이 점은 다음 경기를 위해서라도 고민을 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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