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라 놀려도…'양손운전' 해야 하는 이유

정심교 기자 2023. 9. 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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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초보 MZ 운전자 위한 '운전건강상식'

성인이 된 후 운전면허증을 따서 운전대를 처음 잡아보는 이들에게 도로는 막연한 공포로 다가온다. 그러나 운전에 대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과하게 앞선다면 잘못된 운전 습관을 쉽게 들이거나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의 휴가철 렌터카 사고 분석에 따르면 자차 보유율이 낮고 운전 경험이 적은 '20대' 운전자들의 교통사고율이 제일 높은 것으로 기록됐다.

교통사고는 차량에 대한 이해와 올바른 운전 습관만으로도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초보 시절부터 건강한 운전 습관을 들인다면 앞으로의 사고 위험뿐만 아니라 운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질환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건강하고 안전한 운전 습관을 위한 4가지 팁을 안산자생한방병원 박종훈 병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비스듬한 자세로 운전하면 '부정렬증후군' 발생 위험이 커진다. /사진=자생한방병원
비스듬한 자세로 한 손 운전…'부정렬증후군' 위험
처음 운전을 배울 때 꼭 기억해야 하는 시간이 있다. 바로 '10시 10분'과 '9시 15분' 방향에 맞춰 운전대를 양손으로 잡고 운전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운전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이후 어느 순간부터 콘솔 박스나 창문에 기댄 채 비스듬한 자세로 앉아 한 손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 운전에 여유가 생기는 만큼 편한 운전 습관이 쌓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급변하는 도로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작은 흔들림에도 민감한 고속 주행 시 사고 위험이 커진다.
안전한 운전을 위한 10시 10분 파지법(위)과 9시 15분 파지법(아래). /사진=자생한방병원

또 비스듬한 자세로 앉거나 몸을 한쪽으로 치우친 채 운전을 계속하면 신체의 좌우 균형을 흐트러뜨려 '부정렬증후군'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부정렬증후군은 근골격계 통증뿐만 아니라 소화불량과 같은 내과적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걸음걸이가 틀어지거나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척추측만증(척추옆굽음증), 골관절염, 만성 요통 등의 원인이 된다.

의자에 올바르게 앉는 습관만큼 운전 자세 역시 중요하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팔을 앞으로 뻗었을 때 손목이 운전대 상단 정중앙에 닿을 정도로 엉덩이와 허리를 좌석에 최대한 밀착시키고 등받이를 100~110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운전대를 잡은 팔은 완전히 펴는 게 아닌, 약간 구부려지게끔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급(急)가속·급출발·급감속…목에 '편타성 손상' 유발 가능
급가속·급출발·급감속을 뜻하는 '3급(急) 운전'이 있다. 운전면허시험에서도 감점의 원인인 3급 운전은 면허 취득 후에도 초보운전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다. 차량을 급하게 조작하는 행동은 자신과 주변 운전자들에게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긴급한 상황 외에는 지양해야 한다. 따라서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습관과 엑셀 및 브레이크 감을 익히는 것이 최우선이다.

신체의 중요한 부위 중 하나인 경추(목뼈) 건강을 위해서도 3급 운전은 피해야 한다. 정지한 상태에서 갑자기 차량이 움직이거나 멈추면 목이 크게 흔들려 경추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생한방병원에서 교통사고 환자 8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사고 후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로 목(81%)이 가장 많았다.

특히 급정지 상황에서 목이 격하게 흔들리면 경추가 채찍처럼 앞뒤로 과신전·과굴곡돼 '편타성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편타성 손상은 경추의 연·골부조직에 미세한 손상을 입힐 수 있는데, 엑스레이(X-Ray),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검진 장비를 통해 확인되지 않기도 해 치료 및 관리에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다른 부위로 손상이 퍼지거나 두통, 메스꺼움 등 다양한 질환으로도 악화할 수 있기에 특별한 외상이 없어도 병원에 서둘러 방문하는 게 좋다.

3급 운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다리 위치도 중요하다. 운전대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방지하기 위해 무릎이 운전대와 닿지 않도록 좌석 위치를 조절한 뒤, 엑셀과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무릎이 살짝 구부려지는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다.
방지턱 넘을 때 속도 줄이지 않으면 '급성 요통' 올 수도
사고 발생률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는 시야를 넓히는 것. 운전 중에는 항상 멀리 있는 지형지물과 주변 교통상황을 파악해야 하지만 경험이 별로 없는 운전자는 방지턱과 도로의 굴곡 등 고르지 못한 노면의 상태에도 속도를 줄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차체에도 무리가 갈뿐더러 엉덩이와 꼬리뼈에도 마치 엉덩방아를 찧는 듯한 충격이 전달된다. 그리고 척추와 요추 주변 근육 및 인대에 충격을 줘 요추염좌, 허리디스크 등과 같은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일시적인 충격으로 인한 요통은 대부분 휴식과 찜질 등 자가 치료로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통증이 완화되지 않고 점차 심해진다면 손상 정도가 더욱 심할 수 있으니 서둘러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인해 척추 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손상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충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방지턱을 넘어갈 경우 충격으로 인해 '급성요통'이 발생할 수 있다. /사진=자생한방병원

만약 강한 충격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정도의 급성 요통이 발생한다면 한방치료법 중 하나인 동작침법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환부 주요 혈자리에 자침한 상태로 한의사의 지도에 따라 신체를 능동·수동적으로 움직이는 동작침법은 통증을 즉각적으로 완화하고 척추의 기능을 빠르게 회복시켜 주는 강점이 있다. 실제로 동작침법은 통증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 'PAIN'을 통해 진통제보다 5배 빠른 통증 완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바 있다.
교통사고 증상 묵히면 '어혈' 및 '편타성 손상' 키워
안전 운전을 아무리 다짐해도 교통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부상자부터 구호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는 법으로도 규정돼 있으며(도로교통법 제54조) 경미한 사고일지라도 피해자의 신원 및 부상 확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후에는 경찰과 보험사에 사고 사실을 알리고 현장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한 뒤 안전 삼각대 설치, 차량 이동 등 2차 사고를 방지해야 한다.

이런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운전자는 정신없이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자신의 건강 상태를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큰 외상이 없어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는다면 부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데, 특히 충격으로 인해 근골격계에 손상이 가게 되면 혈액이 정체되는 증상인 '어혈(瘀血)'을 비롯한 '편타성 손상'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사고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꼼꼼하게 검사·치료받는 게 교통사고 후유증의 만성화를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충격은 어혈과 편타성 손상의 원인이 된다. /사진=국토교통부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의 경우 신체의 기능 회복, 통증 완화에 집중한다. 한의학에서는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침·약침치료, 한약 처방 등 환자의 빠른 일상 복귀를 위한 통합적 치료를 진행한다. 침치료는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해 통증을 감소시키며 약침치료는 한약 성분을 경혈에 직접 주입해 염증과 통증을 빠르게 해소하고 신경 회복을 촉진한다. 특히 한약은 어혈을 제거하는 데 탁월하며 사고로 발생한 심리적, 내과적 증상까지 치료한다.

안산자생한방병원 박종훈 병원장은 "평소 도로교통법을 준수하며 안전하게 운전하는 게 사고 위험을 줄이는 왕도"라며 "운전하다 보면 목, 허리 등 각종 근골격계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항상 자세나 운전 습관에 문제는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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